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거 아직도 하고 있어?" 회사 동기들의 말이 들려옵니다. 네 맞습니다. 뭉클 얘기입니다. 저희 회사에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뭉치면 클 수 있다. 의 앞 두 글자를 딴 교육 프로그램이지요. 아 정말 쉽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내에서 직원들끼리 뭉쳐 클래스를 만드는 것, 그게 뭉클입니다. 평소에 혼자 하기 힘들었던 것들, 혹은 너무나도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혼자 하기 힘드니 회사에서 지원해주겠다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취지의 프로그램이지요. 뭉클에 참여한 지가 어언.. 6개월째네요.
그래서 저도 했습니다. 배워서 남줄까. 실제로 남을 줄 수 있는 클래스도 많이 열렸습니다. 빵을 제작해서 주기도 하고, 데이터 쪽으로 뭉클하시는 분들은 서로 의미 있게 지식공유도 활발히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의미 넘치는 활동들을 보고, 저도 해보고 싶어서 클래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패. 기. 그 두 글자만으로 말이지요.
사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멈춰 있는 것들을 보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저한테는 장면을 깊게 추억하고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무언가 가슴을 뭉클하게 적시는 그런 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작가들이 부러웠고, 브런치에 하나둘씩 자기의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 말이에요. 아 물론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뭉클. 마음 맞는 동기들 모아서, 사진 찍고 콘텐츠 만들어 보자. 우리라고 사진 잘 못 찍겠냐.
그런데 현실은, 잘 못 찍더라고요. 아니 사진을 못 찍는다는 게 아니라, 일상에 치여서 사진을 진짜 별로 못 찍었습니다. 구도를 살짝 배우고, 카메라 작동법과 사진의 원리를 조금 배운 다음에 사진을 열심히 찍어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전시할 생각이었습니다. 포토북도 만들어보고요. 근데 그게 잘 안됐습니다... 일상에 가까워질수록 사진에는 멀어지더라고요.
일상이 여행이었을 때는 참으로 카메라가 가깝게 느껴지더니, 일상이 직장이 된 이후로는 카메라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일상 사이의 지점들을 기록해보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열심히 찍었습니다. 클 수 있는 기회니까, 취미를 공유해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일부러 욕심내서 사진을 찍으러 가기도 하고, 자비를 크게 털어 카메라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아, 같이 전시회도 가고 근처로 소소한 출사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결국 콘텐츠도 만들었습니다. 티셔츠랑 달력을 만들었는데 아직 그건 공개를 못했네요.
35mm 36컷이 기본인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하나씩 구입해 찍어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지요.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오래 기다리는 것에 대한 낭만을 품어보기도 했지만, 컷 수를 채우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좌충우돌 사진 뭉클을 하고 있어요. 오랜 기간 말이에요.
아 물론 저는 타 뭉클에 대비해서 저희가 했던 활동이 이 36컷의 필름을 찍는 아날로그적이고도 오래 걸리는 이상하고도 낭만적인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느리고도, 아주 조금은 기다려야 하는 그리고 결과물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매력적인 활동 말이지요.
물론 저희 뭉클 말고도, 무수히 많은 뭉클한 순간들을 만들어낼 뭉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게 모르게 회사와 삶에 멋진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것들 말이지요. 아, 제가 생각한 뭉클의 정의는 바로 그런 것이네요. 배워야한다는 강박이 아닌, "무언갈 느끼고 체감하는 것". 제가 아직도 '그거'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