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하 오하영

축구 밖 콘텐츠를 기획하며

사살락 선수가 전북에 합류한 이후부터, 백승호 사건 이후 바닥까지 떨어졌던 내부 신뢰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입단 유니폼 제작, 태국어 보도자료 번역과 보고, 입단 영상 촬영 시 통역, 사회공헌활동 지원까지, 나는 사살락 선수와 관련된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함께 맡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였고, 그에 따라 선배와 선임들로부터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범위도 점점 넓어졌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나의 자존심 역시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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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가 늘어나면서 인턴으로서 가만히 있는 시간은 거의 사라졌고, 하루하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인턴 기간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만 시간을 쓰기에는 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나는 ‘성과’라는 단어를 의식하며 좀 더 효율적이고, 눈에 띄는 일을 해보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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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기간에도 사수 옆에 남아 야근을 자처하며 업무를 이어갔고, 중간에 나간 인턴 동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소년 업무까지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 반복 업무에 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유소년 파트에서도 명확한 성과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선임 매니저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방안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결과가 바로 K리그 구단 최초의 유소년 스폰서십이었다. 인턴 신분으로 만들어낸 이 성과는 나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눈에 띄는 성과를 하나 만들어내자, 또 다른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홍보·마케팅팀 인턴이었던 나는 ‘과연 이 부서에서 내가 남길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끝에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이라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 당시 구단 콘텐츠를 살펴보니 대부분 전북현대와 축구에만 국한된 콘텐츠였고, 축구 외적인 요소를 활용해 구단의 이미지를 조금 더 넓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연관성이 있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리스트업이 끝난 후에는 이들의 소속 기획사를 하나하나 확인했고, 담당 부서의 이메일을 찾아 정리했다. 이후 기업 및 기획사에 보낼 섭외 메일 내용을 준비하며 첫 번째 섭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대표팀도 아닌 K리그 구단 콘텐츠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 대부분은 정중한 거절이었다. 간혹 관심을 보이며 미팅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는 언제나 예산이었다. 유명 인플루언서 섭외를 조사하며 알게 된 사실은, 협업을 위해 최소 5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까지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섭외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계속해서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한 통의 긍정적인 메일이 나의 기대감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에이핑크 오하영의 유튜브 채널 운영사로부터 온 회신이었다. 연락처를 전달받은 뒤 담당 매니저와 직접 통화를 하며 기획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방향, 대략적인 일정과 촬영 시간 등에 대해 설명했고, 내부 논의 후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말을 들으며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당시 오하영은 이미 2~3개 구단과 구단 콘텐츠를 촬영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존 구단 콘텐츠가 아닌 오하영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콘텐츠를 선수들과 함께 촬영하는 방향으로 기획했고, 그만큼 기대감도 컸다.


며칠 뒤 긍정적인 답변이 도착했고,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섭외 비용이었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매우 한정적이었기에, 나는 담당 매니저에게 축구 콘텐츠보다는 축구 외적인 콘텐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오하영이 주로 운영하는 베이킹 콘텐츠를 중심으로 촬영하겠다는 방향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렇게 조율을 거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으로 오하영을 섭외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인 금액이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하영 님.’


섭외 이후의 가장 큰 과제는 선수단과 오하영의 촬영 일정 조율이었다. 당시 전북은 우승 경쟁이 한창이었고, 만약 중요한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감독님의 판단에 따라 모든 스케줄이 취소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모두 해둔 상황이었고, 그 이후로는 그저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중요한 경기에서 전북은 승리를 거두며 우승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그 덕분에 오하영과 함께하는 콘텐츠 촬영 역시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촬영된 콘텐츠는 구단 유튜브에서 총 3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오하영 개인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은 60만 회를 넘기며 말 그대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후 많은 직원들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이 기획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중 하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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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하영이 직접 전주까지 와주지 않았다면, 이 모든 과정은 물거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항상 감사한 마음이 크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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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나는 또 다른 콘텐츠를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헬스를 누구보다 좋아하던 이유현 선수가 전북에 있었고, 이를 계기로 김종국의 유튜브 채널 ‘짐종국’과의 콜라보 콘텐츠를 기획했다. 오하영 콘텐츠 촬영 이후 이유현 선수에게 이 아이디어를 조심스럽게 꺼냈을 때, 선수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은 김종국을 잘 섭외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섭외 과정에서의 경험과 역량이 아직 부족했던 탓에 아쉽게도 해당 콘텐츠는 실제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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