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riend Sasalak

나의 은인, 나의 친구

by 피치에이터 Pitchator

사건과 사고가 있은 이후, 나 자신보다 먼저 달라진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맞선임을 포함해 동료들 누구도 쉽게 업무를 맡기려 하지 않는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소한 잡무를 처리하거나,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괜찮아”라는 말은 위로가 아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의미처럼 들렸고, 그 말이 쌓일 때마다 가슴 한편에 얕지만 분명한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그 시기 내게 상처를 돌볼 여유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내 자리만큼은 지켜내기 위해 감정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부터 다시 세웠다. 급한 상황일수록 한 번 더 확인했고, 누군가 부르면 가장 먼저 움직이려 했다. 필요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먼저 다가갔고, ‘이 일이 우리 팀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졌다.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당장 쓰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해질 것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하루하루를, 아무 사건·사고 없이 묵묵히 쌓아갔다.


시간이 흐르던 중, 6월을 앞두고 구단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태국 선수 영입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상은 태국 국가대표 풀백 사살락 하이프라콘이었다. 전북현대는 시즌 초부터 동남아시아 쿼터를 활용해 그의 영입을 추진해 왔으나, 소속팀 부리람 유나이티드가 1월 이적을 허용하지 않고 태국 시즌 종료 이후인 3월 혹은 6월 이적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한 차례 영입이 무산된 전례도 있었다.

태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단순히 외국인 선수가 온다는 차원이 아니라, 내가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문화와 언어를 가진 선수가 한국에 온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혹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역할이 생기지 않을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6일, 전북현대는 태국 국가대표 사살락의 임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A대표팀까지 발탁된 태국 축구의 핵심 자원이자, 1986년 피아퐁 이후 무려 35년 만에 K리그에 합류한 태국 선수였다. 그 소식은 구단 전체에 이슈였고, 동시에 내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태국어로 소통이 가능했던 나는 별도의 통역 인력을 구하지 않고도 사살락 선수를 전담하게 되었다. 당시 구단 내에서 나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지만, 사살락의 영입은 나에게 내려온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입국 직후부터 선수 개인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아 통역을 시작으로, 공식 인터뷰 지원, 태국 언론 대응, 태국 내 구단 관련 기사 스크랩 및 번역, 유니폼 제작 지원 등 한국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책임졌다. 단순히 주어진 역할에 그치지 않고, 구단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면 가리지 않고 관여하며 나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나갔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자 퇴근 후에도 태국어 학습을 이어갔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대회 및 뉴미디어 파트에서도 실적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ACLE 대회에서 태국 클럽 빠툼 유나이티드와의 인터뷰 통역까지 맡아 무사히 수행하면서,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나를 바라보던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은 사살락의 성공적인 적응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넓어졌고 기대 역시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되었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잃어버렸던 동기부여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살락은 단순히 함께 일한 선수를 넘어,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로 남게 되었다



ขอบคุณครับ ศศลักษณ์ ไหประโคน



#사살락 #태국 #전북현대

#슛인케이리그 #shootinkleague

일요일 연재
이전 16화Sorry P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