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ry Paik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by 피치에이터 Pitchator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최대의 실수이자, 구단 프런트 특히 홍보팀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내가 저질렀던 순간이다.


2021년 3월, 독일 2부 다름슈타트에서 뛰던 백승호 선수는 좁아진 입지와 올림픽 출전을 위한 출전 시간 확보, 그리고 군 입대 문제를 고려해 국내 무대 복귀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K리그 복귀는 여러 이해관계와 과거 합의 문제로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북은 3월 30일, 결국 백승호 영입을 확정했다.


영입 발표 직후 구단의 전화벨은 쉴 틈 없이 울렸고, 팬들의 불만과 비난이 빗발쳤다. 홍보팀은 공식 오피셜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이미 팬 커뮤니티와 언론은 백승호 복귀 과정에서 수원과 전북의 갈등, 합의서 문제, 보상금 논란 등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 터졌다. 영입 확정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공식 오피셜 사진 촬영을 위해 클럽하우스로 이동한 날이었다.


구단의 클럽하우스를 방문할 기회가 없던 나에게 클럽하우스 첫 방문 그리고 눈앞에서 직접 보는 선수들은 축구만을 바라보고 온 나에게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입사한 지 한 달 동안 클럽하우스를 방문할 기회가 없던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축구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나에게 그 공간은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인 곳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까웠던 나는, 결국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말았다. 그것도 백승호 선수의 아이디를 태그 해서. 당시 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지인들만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런 의심 없이 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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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좋았지....


촬영을 무사히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해 업무를 시작하려던 순간, 나의 사수 매니저님이 화면을 보여주며 물었다.


“수홍아, 이거 혹시 너니?”


바로 구단 팬 커뮤니티에 백승호 오피셜 촬영 현장이 캡처되어 올라와 있던 것이었다.


화면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까마득해졌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당시 순간이 무서웠던 건지 아무 대답 없이 화면만 보다가 잠시 확인해 보겠다고 말과 함께 내 책상으로 돌아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삭제할 수 없는지 마우스를 쉴 틈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내 임의대로 삭제는 할 수 없었다. 오피셜 촬영 현장에 있던 사람은 매니저님, 촬영팀, 그리고 나뿐이었기에 부정할 수도 없었다


사진이 퍼지면서 사건의 장본인이 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무실에서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퇴근까지 남은 시간은 지옥 같았다. 커뮤니티 글은 삭제되지 않았고 오히려 인기글로 올라가며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커뮤니티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나는 바로 회원가입을 한 뒤 작성자에게 어떻게든 연락을 취하고자 커뮤니티만 계속해서 찾아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시지도 남기며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고군분투했지만, 글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인기글로 올라갔다.


커뮤니티 상단에 글이 계속해서 순위를 올릴 때마다 내 자존심은 무너지고, 두려움과 걱정은 끝없이 내려앉았다. 퇴근 후, 우리 신입 직원을 담당하던 책임님은 인턴 동기와 함께 식당으로 데려가 술 한잔을 사주며 위로해 주었다.


“괜찮아”. 그 한마디에 오늘 있었던 서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와 눈물이 쏟아졌다. 늦은 시작, 그리고 내 선택으로 전북이라는 구단을 택한 만큼 전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내려왔던 나는, 그날의 사건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걱정과 서러움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세상 가장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출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다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해보자”라는 다짐으로 하루를 버텼다.


그날의 실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였지만, 동시에 가장 큰 배움이기도 했다. 구단 홍보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수와 구단을 홍보하는 일이 아니라, 구단 그리고 직원들 사이의 신뢰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작은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그리고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그날 이후 절대 잊지 못한다. 실수는 아픔이었지만, 그 아픔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가 저지른 실수는 단순한 개인적 잘못이 아니라, 이미 민감한 사건 속에서 구단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신뢰는 홍보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신뢰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IMG_0564.JPG 시즌 종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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