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차: 같은 결론

이번 주, 나는 회의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다.

by 수혁


오늘은 사무실 공간이 더없이 평온했다. 이번 주 보고할 것들을 다했고, 긴급하게 처리할 업무도 딱히 없었다. 나는 슬며시 의자를 당겨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오피스 그룹웨어를 열어 업무관리 페이지로 눈길을 돌렸다. 직원들이 주기 업무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업무 스케줄 체크가 필요할 때는 메신저로 물어봤고, 업무 진행 중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이 확인되면 자리에서 가볍게 진행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내가 생각한 기준과 다르게 처리하거나, 새로운 업무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면 회의를 요청했다. 보통 우리 회사에서는 일관성과 정확성에 대한 저울질을 해야 할 때 이러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평소와 같이 메신저를 열어 회의를 요청했다.


“B님, 해당 사례에 대해 ‘유형 1’이 아닌 ‘유형 2’로 분류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첫 번째, 판단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과거에는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를 고려하여 내가 먼저 브리핑 한 뒤, 다른 요소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없었다면 앞으로는 고려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회의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런 식의 회의 주도를 하게 된 이유는 내가 먼저 회의를 요청한 이유를 밝히고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직원들이 회의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회의에서 나만 말하고 나만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끝나는 빈도가 높음을 깨달았고, 이런 방식이 직원들의 판단에 대한 신뢰와 성장을 막는 형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이유로 판단이라는 본질의 외곽부터 서서히 질문하는 방식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은 B님은 얼마 간 업무 시트를 열어 필터를 걸었다.


“해당 사례는 기존 사례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유형 2’로 분류했습니다.”


이러한 대답이 나왔다면 보통 일관성의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가능성이 높다. 내가 보기에도 판단의 이유는 타당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유형 2’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것이 이 회의를 요청한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업무는 업체가 업데이트 한 내용을 분류하여 기록하는 거잖아요? 업데이트의 본질은 ‘경험’인지 ‘보상’인지에 따라 방점이 달라질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번째, 판단 기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다. 아마도 B님은 생각하지 못한 기준에 당황을 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과거에 나도 ‘왜 갑자기 이것을 걸고넘어지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으니까. 괜한 변덕 혹은 잡도리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팀장님의 질문들이 이해가 됐다. 때로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닌, 고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도였음을. 업무 시트를 다시 살펴보며 그 간 어떻게 업무를 처리를 해왔는지를 확인했다.


“K님이 말씀해 주신 취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저희 입장에서는 ‘보상’ 형태가 있다면 ‘유형 2’로 분류했었고 일관되게 처리해 왔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보여주실래요?”


B님은 업무 시트를 이리저리 필터 해가며 내게 보여준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일관되게 처리해 왔음을 확인했다. ‘유형 2’를 ‘유형 1’로 변경할 경우 통계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으로 보였다. 유형 분류의 본질까지 파고 들어가서 얻을 이득보다 손실이 커 보였다. 심지어 기존 직원들의 판단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나는 결정했고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원래대로 가시죠.”


어떤 선택을 하든 큰 문제가 없다면 그냥 가도 되었다. 직장은 내 판단과 이상을 관철하는 곳이 아니다. 단지, 업무관리의 관점에서 발견한 의문점을 방치하지 않고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그 논의가 결과가 어제와 다르지 않은, 같은 결론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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