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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산 수색대

옷산 수색대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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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은 비룡소의 제 12회 스토리킹 수상작인 옷산 수색대이다.

동화의 짧은 내용 안에 어쩌면 우리가 애써 무시하고 있던 세상의 현실과 비극을

올곧게 담아낸 작품에 대해 한번 적어보도록 하자.


작품의 내용은 조금 미래에 판데믹을 겪은 이후의 시대를 다룬다.

옷에서 발생되는 바이러스로 인해 가지고 있던 기성복들은 모두 개도국의 폐기물 처리장,

소위 '옷산'이라 불리는 곳에 버려지고,

사람들은 영상으로 이미지가 합성되는 옷을 입는 시대다.


그리고 표지에 나온 주인공 소녀 지담이는 과거 판데믹 사건으로 인해 엄마를 잃고

그로 인해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고 방안에 틀어막히게 된 아이다.

그런 지담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판데믹 이후 도입된 패션을 제안한 천재 과학자

칼디가 제공하는 옷산을 배경으로 한 게임 옷산 수색대 뿐이다.


거기서 자신의 캐릭터로 고른 필라를 통해서 수집한 옷으로 만든 코디로 좋아요를 받은 지담이는

게임에 더 의욕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만들어준

노란색 옷과 비슷한 것을 찾아줄 수 없냐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그런데 캐릭터 필라가 찾아온 옷은...

놀랍게도 비슷한 것이 아닌 예전에 버려진 엄마의 옷이었다.


그래서, 그 옷을 찾으러 실제 옷산으로 가는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지담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 필라가 단순한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혼란에 빠진다. 거기다 절친인 가영이도 여행에 동행하게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져 가는데...


과연 세상에 명물로 자리잡은 옷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필라의 정체와 의도는 무엇이고, 거기에 왜 자기 엄마가 만들어준 옷이 있었던 것일까?

그 의문을 파해쳐가는 지담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음... 작품을 읽어보면서 느낀 첫 감상은 스토리킹 수상작의 명성에 걸맞게 작품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었다.

아니,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개도국의 아동노동과 폐기물 산업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뤄내다니.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도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 관련 업무로 인해

그런 현장을 방문해봤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이 세상에

직면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지옥이 거기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끔찍한 소년병이 실제 동원되는 더 끔직한 지옥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그런 인간이길 포기한 곳을 포함해도 그곳은 충분히 지옥이었다.

과거 우리의 젊은이들이 불길에 몸을 던져가며 고쳐갔던 그 지옥은 어떤 곳에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을 부외자로서 그저 목격하고 온 것만으로도, 기억은 쉽게 잊혀질 수 없었고 그래서 이 작품은

내 뇌리에도 그 시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작품의 내용은 물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였기에 그 끔직한 현장의 모습이 적절한 수준에서

절제되어 묘사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거기서 후각을 마비시키는 지독한

화학약품의 냄새 속에서 아무 보호장비도 없이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기억에 지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작품은 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겉핡기라고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불합리한 지옥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고발하고

거기에 그 원인이자 가해자이자 방조자이자 구경꾼이 우리라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으니깐.


솔직히 처음에 이 작품의 개요를 어렴풋이 들었을 때는, 어딘가 방치되는 폐기물에 대한 비밀을

아이들이 알아내서 세상에 고발한다는 전형적이면서 단순한 이야기라 추측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식상한 카테고리에 작품을 고정하지 않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플루언서 앱의 시스템과 게임, 그리고 패션이라는 요소를 조합하여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저지르는

세상의 그림자를 외면하고 등돌려 추앙하는 하얀 어둠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동화라는 범주에 매여있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좀더 심각하고, 좀더 악의 평범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품이었다면

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었으니깐.


덕분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잠시 동화의 세계에 집중하며 잊고 있었던 이 세상 어딘가에 있던,

우리가 외면한 그곳의 참상을 떠올리고 반성하고, 그러면서도 무력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어려운 현실이다. 누구나 선한 자가 되고 싶어하고, 세상에 인정받기를 원한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당연히 모두가 다같이 환경은 보호해야 한다고 입모아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일상의 일부분을 도려내야 한다면, 과연 얼마나 거기 찬동할까?


이 작품에서는 놀랍게도 그런 말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 편의에 젖어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일상의 이기심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다는 허영심과, 거기에 내가 성공할 수 있다면 굳이

세상에 문제는 크게 부각시킬 의미가 없다는 허무함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고, 심지어는 결말로 이어진다.


그래서 단순한 재미와 아이들을 위한 경각심으로 어설프게 읽을 수 없는 이 작품을

나는 감히 세상에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결코 외면하지 말고 언젠가 내 현실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었다.


어쩌면 포기할 수 없는 눈앞의 편의를 위해 모두가 다같이 공멸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이 책은 한걸음 멈출 기회를 던져주는 작은 이정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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