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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썬더볼츠*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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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소식을 접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오랜만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캡틴아메리카4에 이어서 이번에 새롭게 개봉한 선더볼츠*였다.


의외였다. 한동안 역량 미달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실제로도 그렇기에

1세대들이 은퇴한 이후 한동안 관심이 멀어졌던 마블 시리즈였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뭔가 나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발걸음을 하게 되다니. 뭔가 느낌이 달라졌나?


그 생각이 적중했다. 지난번 캡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시리즈에 이어서 이번에 개봉한

소위 영웅이라 불리기 힘든 모지리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에서 생각치도 못한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고

감동마저 찐하게 불러왔다. 마블이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치도 못한 근원 회귀, 그것도 크게 기대받지 못한 비주류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큰 감동을 느끼면서 오늘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내용은 차기 블랙 위도우인 옐레나가 삶이 공허하다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말은 하루하루가 덧없다고 하면서도 사람잡는 일은 성실히 하면서 어느 연구소를 쑥밭으로 만들고 나온다.


그런 엘레나의 고용주인 CIA국장 발렌티나는 불법 공작과 인체 실험 등의 이유로

윈터 솔져였던 반즈 의원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탄핵 여부를 심판받게 된다.


그렇게 초조함에 몰린 발렌티나에게 연락한 엘레나, 뭔가 우울함을 극복할 다른 일을 찾고 싶다고 하고

그런 제안에 발렌티나는 마지막 임무 하나만 처리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고 일을 보낸다.


미션은 어느 지하 저장고에 있는 기밀 도난을 감시하고 도둑을 제거하는 것. 그래서 잠입한 장소에서

엘레나는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임시 캡틴 아메리카였던 워커, 앤트맨의 빌런이었던 고스트와

조우하고 예상치 못한 만남에 개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타난 의문의 청년 밥.


일단 교전을 중지하고 대체 왜 여기 있는지를 대화하는 일당들. 그리고 알아차리게 된다.

여긴 발렌티나의 탄핵 심판에 관련된 증거가 모인 곳이고, 자신들도 그녀의 불법 행동의 증거라를 사실을.

그래서... 곧 여긴 자기들과 같이 한꺼번에 날아갈 거라는 사실을.


기겁하는 그들은 죽을 위기 앞에서 본의 아니게 뭉치게 되고, 어찌저찌 방탈출을 하듯이

저장고를 탈출하는 여정에 오른다. 그런데 나머지 셋과 달리 일반인 밥은 대체 여기 왜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밥이 안쓰러운지 나름 상냥하게 돌봐주는 엘레나. 그리고 일행은 입구에 다다른다.


하지만 입구에서는 발렌티나가 보낸 병력이 증거 인멸을 위해 무력 진압을 준비하고 있었고

셋은 어떻게 탈출하지만 밥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혼자 나서다가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런데 갑자기 죽지 않고 일어나는 밥. 그리고 밥이 발렌티나가 자행한 인체 실험의 결과로 탄생한 초인,

센트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폭주한 센트리는 발렌티나의 손에 넘어가고,

엘레나 일당은 도주하다가 엘레나의 지인인 레드 가디언과 합류하고, 윈터 솔져에게 체포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과연 엘레나는 어쩌면 세상을 멸망시킬지도 모를 힘을 가진 초인 센트리를 악용하려는

발렌티나의 음모를 막아서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봐도 오합지졸 꼴통 그 자체인 이 구제불능들은 과연 팀으로 단결할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할 그들의 새로운 정체가 최후의 순간에 밝혀진다.


자, 대충 내용 요약은 이 정도로 해두고...

이 작품의 감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우! 대박이다. 진짜 소문대로 마블 원점 회귀였다.


인기 캐릭터는 없다. 유명한 배우도 없다. 스토리도 그 세계관일 뿐 전작에 빌려올 것이 없는 이야기다.

뭔가 능력들도 어정쩡하고 팀웍도 별로에 정신건강들도 영 아니올시다.


그런데... 그런 찌질한 친구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미치도록 재미지다.

근데 이게 맞다. 사실 서사에서 오는 재미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보잘것 없는 존재가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고 역량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고 성취하는 이야기.

서로 다른 타인이 가족이 되고 동료가 되고 서로를 위해 등을 지켜주는 이야기.

아주 단순하고 심플한 이야기에 재미가 있고, 그건 아무리 나와도 물리거나 질리지 않는다.


썬더볼츠는 놀랍게도 이런 재미와 이야기의 근본을 제대로 파고들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마블은 원래 이게 근본이었다. 위대한 영웅이 더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영웅 서사가 아니라

뭔가 결격있고 하자있고 능력도 어중간한 찐따들이 어찌저찌 굴러가며 애쓰는 것이 마블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영웅 신화인 DC보다도 짠따 궁상인 마블에 열광하고 그것을 시대의 장르로 밀어올렸다.

모든 부와 최고의 지성을 가지고도 항상 강박증에 시달리는 아이언맨,

모범적인 영웅이기에 그래서 조국의 악행은 눈감을 수 없어 반역자 소리를 들어도 옳은 길을 가던 캡틴,

신의 권능을 가졌지만 항상 인간의 눈높이에서 사투를 벌어야 했던 토르...


이들 1세대 트로이카들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림으로 그린 듯한 고고한 영웅이 아닌

어딘가 하자가 있고 고뇌가 있고 결핍이 있는 나약한 인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각성은 진정성이 있었고, 투쟁은 찬양받았으며, 승리 후에는 신화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 뭉친 악동들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대한 후회,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강박, 남겨진 외로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불신,

그런 결핍과 약점과 하자를 이겨내고 극복하며 서로 어께를 빌려주고 이를 악물고 일어선다.


그렇기에 이들의 서사는 감동적이고, 고뇌는 공감할 수 있으며, 승리 후에 다소 웃픈 상황은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신화의 연속을 기대하게 만든다.


나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이야기는 호감이다.

원래 세상은 번듯한 모범생들의 몰아주기 게임보다는 사고뭉치 꼴통들의 좌충우돌에 더 열광하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는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 멋진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기대하게 된다. 한때 부진을 겪었던 마블에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의 방향에 대해서.

과거 과도한 PC와 불합리한 먼치킨 서사에 질려버린 실망감 속에서 다시 한번 그 시절 우리와 같이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구한 영웅들이 불고 올 순풍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마블의 이야기가 집에서 재방송으로 돌아갈때나 흘깃 보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두근거림을 안고 극장표를 끊고 설레이는 기분으로 갈 수 있기를...

그런 행복한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즐거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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