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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마음수리점

수상한 마음수리점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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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시간이 이어졌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여유가 나는 시간도 뭔가를 읽기보다는 쓰는 일이 우선인 상황이어서 한동안

쉽게 책을 집어들 짬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반성하는 마음으로 주말 저녁에 책을 집어들었다.

너무 깊은 이야기보다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스토리를 지향하며 고른 책이

오늘 소개할 수상한 마음 수리점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난 고장들을 고쳐주는 친절한 수리공

보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이야기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마음 수리점은 꿈속에만 존재하는 구름마을에 존재하는 상점이다.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보보는 수염이 덥수룩한 수리공이고, 항상 맛난 것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보보의 가게에는 수리본부에서 선발된 마음의 수리를 요하는 아이들이

꿈속에 찾아오게 되고 보보는 그 아이와 대화하면서 아이가 가진 마음의 고장을 수리한다.


택이는 마음의 톱니바퀴가 뾰족한 아이다.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 그 톱니가 남을 다치게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을 자기 멋대로 돌리는 아이다.


보리는 마음의 톱니바퀴가 쉴새없이 빠르게 도는 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위해 다른

사람의 시간과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아이다.


비키는 마음의 톱니바퀴가 죽어서 움직이지 않는 아이다.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원망스러운 이아디.


길리는 마음의 톱니바퀴가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아이다. 자신이 부러워하는 상대인 예니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것을 그 아이처럼 따라하는 아이다.


두리는 마음의 톱니바퀴가 요란하게 움직이는 아이다. 그 소음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고 해를 끼치는데도 멈추지 않는 아이다.


이렇게 저마다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톱니바퀴들은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보보는 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보게 한 다음

마지막으로 그 톱니바퀴를 고쳐준다. 그리고 아이들은 저마다 가진 마음의 고장이 수리된다.


뭐... 내용은 이런 느낌이다. 상당히 메르헨에 가까운 느낌이지 않을까?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잡을때는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다.


왜냐하면 표지에 기재된 청소년 성장소설과 십대들의 힐링캠프라는 타이틀이 적혀있어서

왠지 손현주 작가님의 가짜 모범생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만 보면 음... 일단 청소년까지는 좀 그렇고 저학년 아이들이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동화적인 느낌을 그대로 담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이 이야기를 그저 아이들의 고민이라고만 생각하고

웃으며 볼 수 있는가?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항상 하던 이야기지만 의외로 동화가 세상에

던지는 순수한 문제 제기가 더 심도깊은 경우가 많고 이번에도 딱 그렇기 때문이었다.


이기주의, 게임중독, 우울증, 모방 강박, 그릇된 정의감.

동화로 묘사되어서 아이들의 철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에피소드들을 위의 주제로 묻는다면

그 누가 저것들을 별일아닌 가벼운 문제라고 답할 수 있을까?


거기다 어이없게도 이 책에 언급된 사건들과 아주 유사한 실제 사건들을 근래에

시사프로나 아니면 주위에서 목격했다는 것 때문에 그런지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그 느낌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와닿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아이들은 어쩌면 고장난 마음을 수리할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작중에서는 보보가 도와주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되면

그것을 고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근데 어른은?


택이보다도 더 이기적인 태도로 길을 막고 동네 하나를 마비시키거나

게임에 빠져서 가족도 돌보지 않거나

우울증에 매몰되어서 방에 틀어박혀 버리거나

연예인을 따라하다 못해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포기하지 못하거나

공무원 여럿을 직업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민원을 넣거나...


이런 어른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어서 조금은 나아질 여지가 있을까?

그리고 보보가 꿈에서 방문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줄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하고 죽을때까지 마음 속 고장난 톱니바퀴를 제멋대로 굴리면서 세상에서 기피되는

존재로 낙인찍히면서도 평생 고장난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도 나에게는 왠지 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저 어른의 영역에 나 역시도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내 마음 속에 고장난 톱니바퀴를 멋대로 굴리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구나 사람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보보의 표현에 의하면 그 안에 마음이 잘 작동되게

굴러가야 하는 톱니바퀴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떻게 굴러가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고, 그것으로 인해 나 자신과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내 마음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다.


어쩌면 이 책은 스스로를 철석같이 옳다고 믿고 살아가는 고장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내 마음의 거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같이 거울을 바라보길 권하고 싶고.

어쩌면 고장난 쪽은 의외로 금쪽이라 생각한 아이가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드리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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