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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은 나와 함께

쉬는 시간은 나와 함께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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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의도하지 않았는데 특정한 흐름을 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단편집들이라는 기묘한 경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정말로 의도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집어들었는데 연이어 세번이나

단편집들을 리뷰하게 될 줄이야. 뭐, 어쩌면 책은 독자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독자를 고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근거없는 망상을 해보며 오늘의 리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오늘 집어든 작품 쉬는 시간은 나와 함께는 신현이 작가님이 여러 합동지에서 쓰신 작품을

모아서 내놓은 단행본이다. 저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궤적이 펼쳐지지만

묘하게 공통적인 느낌의 모노톤의 드라마가 서정적이면서도 은은하게 펼쳐지는 것이 일품이었다.

그런 은율을 담은 이야기의 내용을 하나씩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세정이는 설희와 절친이다. 하지만 절친이라고 빋은 관계에 묘한 금을 느끼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절친 설희가 남친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연 둘의 우정은 예전과 동일하게 이어질 수 있을까?


지우는 항상 쉬는 시간을 혼자 보내는 아이다. 엄마의 동화 속 칠게와 대화하며 만족하지만

고독은 묘하게 씁쓸하다. 그런 지우에게 관심을 보이는 친구 계성이.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호정이는 서령이와 절친이다. 둘은 이제 곧 철거를 앞둔 빌라의 공터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뭔가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서령의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제우는 오랜 친구 J와 서먹해진다. 왜냐하면 J가 좋아하던 은하가 자신과 가까워졌기 때문에.

그래서 제우가 오히려 J를 멀리하게 된다. 홀로 남은 제우는 도서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은영이는 친구가 없다. 그러다 예전 친구였던 진명이의 부탁으로 같은 학원에 다니게 된다.

묘하게 가까워지지만 복잡한 거리감에 고민하는 은영이의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림과 상희는 이제 곧 사업을 접을 회사의 직원이다. 둘은 회사의 종무식에서 강변에 돌멩이를

주워들고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다. 굳은 돌과 나는 새는 과연 서로를 이어줄 수 있을까?


짤막하게 요약한 느낌이지만 일단 느껴지지 않을까? 이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키 포인트를.

그렇다. 이 이야기는 외로움과 혼자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같이 살아간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홀로 살아갈 사람은 없지만, 정서적으로 내 곁에 누군가가 없다는 기분.

그 쉽게 형용하기 힘든 고독함은 아마도 모두가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일 것이다.


그것도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 아이들의 시점에서는 그게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가족이 있다. 친구도 없는 것이 아니다. 노골적인 따돌림이나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외롭다. 그리고 묘하게 불편해서 다가갈 수 없다.


그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단순히 쓸데없이 예민하다고 비난하기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표현하기 힘든 고독의 정서와 거기서 느낀 저마다의 심층적인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감탄했다.


원래 사건을 묘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저 시각적으로 보이는 행동에

적당한 형용사와 부사로 장식된 서술과 사건의 나열만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깐.


하지만 사람의 내면을 그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내 마음의 주체할길 없고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정서조차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그것을 타인의 감정까지 포괄하여

그려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른 궤적과 방향과 상황을 그리면서도

동시에 공통적인 정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의 방향을 덧칠하지 않은 붓으로 한번에 그린 듯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글을 쓰는 이들이 저마다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그 궁극의 목표가 사람에 있다는 전제에서 보면

이 작품은 더할나위 없이 다정한 시점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목적을 달성한 글이라 할 것이다.

어쩌면 그저 일상의 파편이자 시간의 사금파리일지도 모를 이야기들 속에서


오늘 한번 작가님이 들여다보신 따스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내 안에서도 무언가가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마지막 신에서 바이킹을 조정하는 한림에게 다가가는 상희의 뒷모습이

왠지 내 시선 너머에 펼쳐지는 것 같은 흡족한 마음을 느끼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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