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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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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쓰다 보면 생각치도 못한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건, 아이들의 성장하는 나이에 맞춰서 읽고 쓰는 글의 수준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부작용이라고 할 것까진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아이들에게 그 나이에 맞는 수준의

글을 읽고 쓰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깐. 하지만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다 보면 예전에 읽어준 동화와 동시들은 이제 너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최근들어 그런 기분을 많이 체감하고 있었다. 3-4년 전에 직접 창작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고민거리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이해할 정도로 쉽고 동심을 유지한 글을 쓸수 있을지 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느새 청소년 소설이 일반적이 된 아이들에게,

전에 같이 읽은 동화는 너무 수준이 낮은 한참 동생들을 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물론 아이들은 내버려둬도 성장하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커가겠지만,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어른의 입장에서는 지금 아이들이 좋아할 청소년 소설의 소재들도 좋지만,

가끔은 한없이 천진난만하던 어린이 시절의 이야기가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그런 글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작품, '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일부러 보게 된 계기는 지난번에 언급한 적이 있던 보리개똥이네 동화 공모전의

당선과 관련이 있다. 당선 이후 내가 쓴 글을 인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하며,

그분들의 관점과 세계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 이주영 선생님은 찾아보고 조금 놀랐다. 알고보니 몇몇 작품은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 도서관에서 접한 적이 있던 책의 작가님이셨다. 이런 우연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그중에서 그때 보지 못했던 것 같은 작품을 하나 골라보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할 이 작품인 것이다. 많이 부족한 작품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선생님의 마음에

감사드리고 그분이 꿈꾸는 세상의 이야기를 한번 송구스럽게도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은 소설의 범주까지는 아니고, 유아동에서 저학년의 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페이지 하나하나마다 바람의 형태와 모습을 설명하면서

그 바람이 가진 저마다의 이름을 아름답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소개해주는 이야기다.


그래서 마치 읽다보면 시와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이름과 쎄기, 장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이름들을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같이 다정한 글로 알려주고 있다.


의외로 어른들도 처음 알게 되는 정보들도 있다.

나 역시도 계절마다 서로 바람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 중에서

가을바람인 하늬바람만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순 우리말로 그려지는 저마다 다른 바람의 이름은 어쩌면 가장 아이들의 시선을

잘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된 이후 바람에 저마다 다른 이름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어른에게는 그저 똑같은 바람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느낌과 울림이 서로 다른 각자의 개성을 가진 다른 아이들로 보일 것이다.


세상에 아이가 아이라는 단 하나의 명사로 정의되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것처럼

바람 역시도 단수가 아닌 각자의 개성을 가진 서로 다른 개체를 아이들은 느낄 것이다.


그런 느낌을 떠올리고 생각해보니, 진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는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도 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좀더 그 세계에 깊은 탐구와 이해가 있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을까?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가을에 부는 바람이 하늬바람이란 걸

어린이집에서 배워와서 오히려 배웠던 기억이. 그때의 아이들은 이제 커서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때 아이들이 알려준 하늬바람의 이름은 여전히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뭐, 다른 계절의 바람은 다 까먹었지만. 아마도 그때가 가을이었나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햇수로 따져보면 몇년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오래 전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이제 다시 그 바람의 이름을 알려줄 아이를 만나려면...

손주를 만날 몇십년은 더 기다려야 하려나?


제법 먼 훗날이지만 왠지 모르게 웃으며 기다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가 온다면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다. 너희 부모님도 예전에 우리한테 그걸 알려줬다고.

그렇게 우리 손주의 입에서 나올 하늬바람의 이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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