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우리

멈출 수 없는 우리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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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저서들은 이미 교양서적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지성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유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은 당연히 아이들을 위해서도 권장되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쉬운 입문서 형태로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역시나 그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읽게 하였으니깐.


그런데, 오늘 이 책을 동화 이야기에서 소개하는 것은

단순히 이 책이 교양서로서 가치있다는 부분을 떠나서, 이 책에서 읽은 마음을 울리는 포인트 때문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다른 문명을 건설하게 된 원인을

과학적인 요인이나 사회적인 요인에서 찾는다. 예를 들면, 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손의 발달과

사냥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단체 생활처럼.


그런데, 이 책에서 인류가 가지는 다른 동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념이라고 설명한다.

좀 과하게 말하자면, 없는 것을 상상하는 힘. 거짓말을 하는 힘. 그것이라고 설명한다.


인류는 다른 군집생명과 달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고하고,

그것을 실제한다는 믿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도 믿을 수 있게 구조화하고 체계화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와 신화, 그리고 국가인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없는 것을 실체화하는 힘을 통해, 미지의 무언가를 바라고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아직 체감할 수 없지만, 닥쳐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게 되었다.

그런, 상상하는 힘이 인류를 다른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살지 않고, 이어지고 지속되는 문명을 만들게 하였다.

이게 이 책의 주장하는 바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좀 다른 포인트로 감동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말이 창작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결코 의미없지 않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사실, 뭔가를 쓰는 입장에서 그 방향성은 항상 고민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아이들의 시점에서 동화를 쓰는 것은 묘하게 고민되는 기분을 많이 느끼게 한다.

당장, 서점에 서가와 브런치의 베스트를 살펴봐도 가장 잘나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일 것이다. 힘든 세상이다 보니, 누군가 이렇게 삶을 영위해나가고,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공감을 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에세이의 물결을 보면서, 종종 아이들 입장에서 떠오르는

도깨비가 나오고, 호랑이가 말을 하고, 외계인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면,

뭔가 내가 정말 잘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들 세상에 달관한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전문성이 가득한 인생을 진정성을 담아 내놓는 시대에

뭔가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를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남들에게 보여줄만큼 자랑스러운 일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많이 소심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역시도 사회적인 동물이고,

그러다보면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그런 고민은 떨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아, 그래. 그것은 의미없는 일이 아니구나. 내 머리 속에 그려내는 관념의 이야기가 비록 실재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지를 높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의미없는 일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역시도 자의식 과잉이고, 어느 우울한 날의 소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믿고 싶다. 내가 쓰는 어른들의 눈에 보면 어린애 같은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의미가 되어 누군가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멈출수없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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