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사냥

도깨비 사냥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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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제목만 보고선 뭐지 싶어서 집어들게 되는 책이 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런 책들이 원래 인연이었던 건지, 읽고 나서 묘하게 대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오늘 리뷰할 작품도 간만에 그런 기분을 제대로 느낀 작품이었다.

호러와 추리소설, 하지만 동시에 잔혹할 정도로 이 사회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는

복합적인 이 작품에 오늘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두 형제의 이야기다. 태오와 수오.

둘은 어린 시절 시골 별장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는다.


그때 수오는 형인 태오가 했던 기이한 행동, 도깨비 사냥을 가자는 말을 기억에 각인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청년이 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오는 대학생이 되었지만 학교에서도 심한 트러블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건 사소한 일로 치부할 정도로 걱정스러운 것이, 형인 태오의 행적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학업을 이어가던 자신과는 달리 형은 청소년기를 엇나가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연락도 잘 되지 않으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처지에 놓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태오는 실제로 친척집을 전전하다 쉼터로 빠지고, 그러다 청소년들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착취하는 속칭 헬퍼라 불리는 집에도 있다가 지금은 우연히 연이 닿은 추심업자 사무실에 기거하게 된다.


그런 태오를 찾아 헤매던 수오는 그 과정에서 예전에 태오와 연이 있던 소녀 아랑과 조우하게 되고

만만치 않은 아랑의 반항적인 태도에 질려하고 동시에 두 사람이 살인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태오도 상황은 심상치 않다. 기거하게 된 추심업자들도 역시 과거가 꼬여도 제대로 꼬인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대단히 위험한 자들이었고, 그들 사이에서 점점 폭력과 죄악에 무뎌지는 태오는

과거에 일과 동생의 일을 떠올리며 번민한다.


결국 수오는 아랑과 같이 태오의 소재를 찾아내지만, 그 과정에서 세 사람은 더 만만치 않은 추심업자

병철과 호두와 엮이며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그들 역시도 태오의 죄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점점 파국으로 달려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다가 결국에는

과거 두 형제가 겪었던 별장에 있었던 일까지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곳에서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형을 찾아헤매는 동생의 끈질긴 추적 속에서 점점 드러나는 진실의 실체는 무엇일까?

죄악이자 공포이자 동시에 이 사회에 대한 고발일지 모를 충격적인 사건이 펼쳐진다.


내용 정리를 대충 이 정도로 하고, 이 책을 읽은 후에 떠오른 첫번째 생각은 예전에

한참동안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에 몰입되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 다른 것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의 미스터리 장르는 단순한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이 아닌

실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을 토대로 트릭과 알리바이를 깨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이유로 범인은 그런 행동에 다다랐는지를 추적하는 르포 형식이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모방범이 유명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도 방황하는 칼날 같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화화 되기도 했었다. 예전에 한참 때는 뭔가 추리 소설을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사건의 문제 풀이보다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건에 서 단순한 악인이 아닌 한 인간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그런 행위를 선택하였는지를 파고드는 내용에 매혹적으로 빠져들었더랬다.


그래서 오늘 보게 된 이 작품은 그 시절 그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우리나라에서 나온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의 대작이라 말하고 싶다


작품에서 작가의 글에 나온 것처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는 끔찍한 사건을 조우한다.

그리고 거기 나온 범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동기와 변명을 통해 분노하고.


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하다. 한 인간이,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 축복받으며 자랐을 한 인간이

이 세상에 용납되지 않을 끔찍한 악마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냥 미친놈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이 처한, 타인은 이해할수도 없고 경험해본 적도 없는 잔인하고도 끔찍한 경험과 인과의

과정이 중첩되어서 서서히 무너져 가고,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자에 서사를 이해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주연인 태오는 뉴스로만 접한다면 그냥 악마다.

부모의 죽음을 방조하고 그것을 재밌어 하고, 기르던 개를 끔찍하게 죽여 버리고,

제대로 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지도 못하고, 청소년기를 상습적이고 추악한 범죄로 일상을 채웠다.

그리고 결국은 살인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게 된다.


이 설명만 듣는다면 누구나 다 손가락질하고 욕할 것이다. 그냥 죽여버릴 쓰레기라고.

하지만 작품을 읽는다면 그런 단순한 결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금새 알아차리게 된다.


위에 언급한 이 사회에서 기피되고 혐오되는 행동 하나하나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이유를 알면

단순히 태오를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인간은 원래 그럴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정말로 인간으로서 중요한 뭔가가 결여된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이유와 과정이 있고, 그것이 한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아무도 손내밀어 잡아주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태오의 행적을 따라 벌어지는 범죄의 공포와 끔찍함에 더불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추론하는 추리가 이어지면서, 종극에는 그런 인과를 만들어낸 이 사회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다.

와우... 어떻게 이렇게 하나만 연출하기도 힘든 장르를 한 작품에 조화롭게 믹스할 수 있었을까? 감탄스러웠다.


잠깐 여담같은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동화 작가를 지망하며 그쪽 장르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을 리뷰하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이걸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잔혹함 이상으로 당장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질 세상과 무관하지 않은 현실감이 있어서였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솔직히 참 이상적이다. 대인관계와 학업,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소소하게 담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살아야 겠다. 끝! 안타깝지만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실제 현실이 그렇냐면 또 그건 절대 아니다. 당장 TV만 틀어봐도 고딩엄빠 같은 프로그램이

당당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나마 그런 이야기는 방송이 가능한 무난한 수준이고

뉴스에서 접하는 이야기들은 넷플릭스에서 다뤄야 하지 싶을 정도로 하드한 것이 넘쳐나니깐.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서 간만에 그러한 아이들이 실제 접하는 끔찍하고 냉혹한 이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하는 기회가 되었다. 헬퍼, 추심업체, 쉼터 등에서 발생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놀라울 정도로 쉽게 이 사회라는 끔찍한 세상에서 접할 악의에 대해서

이 작품은 담담하면서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권해주고 싶다. 지극히 무난한 시간 속에서 그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

성적이 안오르는 것인 부모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와 잔혹하게 가해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거기서 이겨내려고 버둥거리는 존재가 얼마나 브레이크 없이 떨어질 수 있을지도.


이 작품에서 마지막에는 그래도 미래와 희망의 조각을 던져주면서 이야기를 귀결시킨다.

하지만 나는 우연히 집어든 이 책, 태오와 수오가 벗어나려 했고 이겨내려 했던 도깨비와 같은 이 문제작을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깊히 새겨두게 될 것 같다.


그런 절망의 군상극 걸작을 보았다는 쓰디쓴 여운을 남기고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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