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어 줄게

네가 되어 줄게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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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몇십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오래 전에 엄마와 딸이 서로 몸이 뒤바뀐다는 소재를 다룬 명작 코미디의 귀환이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우연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손끝에 닿는 책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작품으로 조남주 작가님의 24년도 작품인 네가 되어 줄게였다.


영화만큼 코미디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웃음이 계속 터져나오고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따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오늘 한번 리뷰해보도록 하자.


작품의 시작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모녀, 딸 강윤슬과 엄마 최수일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면서 시작된다.


30년 전 수일은 부모님의 언니에 대한 편애로 인해 벌인 가출 후 어느 놀이터에서 실신하던

일을 겪는다. 그리고 지금 회식 자리에서 취한 남편을 데리러 가던 길에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겼으면서

윤슬과 서로 시대를 뛰어넘어 몸이 바뀌는 일을 겪게 된다.


윤슬은 30년전 수일의 몸으로 가출 후 깨어난 병원에서 눈을 뜨고,

수일은 지금 시대에서 자신의 몸은 혼수상태로 윤슬의 몸에서 깨어난 것이다.


어버버거리고 경악하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은 당장 직면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일에

내몰리게 되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의 생활에 던져진다.


윤슬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열악함에 경악하고 대체 어떻게 사냐 싶어하고,

수일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른들은 모르는 이야기들에 얼이 빠진다.


하지만 불편함과 기이함 속에서도 어디든 사람사는 곳은 매한가지고,

거기다 주변 증언과 기억을 토대로 딱 일주일 후에 서로 원위치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조금은 안도하고 서로의 삶에 몰입하게 된다.


딸은 그 시대의 부조리함과 더불어 동시에 남겨진 잔정의 가치에 놀라게 되고,

엄마는 틀에 박혀서 생각했던 이 시대의 나름 팍팍함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에 놀라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해가면서 서서히 각자의 자리로 돌아올 시간은 다가오고,

엄마와 딸은 각자의 삶에 제법 강렬한 포인트로 남을 일에 뛰어들게 된다.


두 모녀의 역할 바꿔보기는 과연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당연히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우리는 무슨 교훈과 웃음을 얻을 수 있을까?

헐리우드 대작에 못지 않은 발랄함이 넘치는 체인징 스토리가 펼쳐진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 조금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을 지으신 작가님이 워낙 한 작품으로 유명하신 것 때문이었다.


저마다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싶지만, 나름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편향된 내용이 나온다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그런 요소는 없었고, 그보다는 각자의 세대에 대한 생생하면서도

잘 짜여진 느낌이 쉴새없이 재미를 자아내는 유쾌한 희극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서로의 몸이 바뀌는 소재는 아마 창작이란 것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 나올 소재일 것이다.

뭐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부터 있고, 나도 읽지는 못했지만 고대 그리스 희극에도

그런 소재를 다룬 작품이 있다고 하니 뭐 소재로서의 불멸성은 말다한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게 이 이야기가 계속 새롭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타인의 삶을 살고 그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구성이 정석적이고 완벽하게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 작품도 그렇다. 사실 아주 특이할 것은 없는 내용이다.

같은 역활 바꾸기 소재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넣는 트렌드와는 달리 이 작품은 그냥 과정을

단순화 시키고 그보다는 바뀐 두 사람의 이야기에 좀더 집중한다.


그리고 30년이란 시대를 뛰어넘는 세대 차이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되고 통하는

소재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연결하여 보는 부모와 자식으로 하여금

동시에 흐믓한 미소를 짓게하는 매혹적인 서사가 일품이라는 느낌이었다.


사실 보면서 놀랐다. 이제는 부모 입장에서 보게 될 필자의 입장에서 이 정도로 아이들

세대와 공감되는 이야기가 톡톡 터져나오듯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줄이야...


그 음악이 리메이크를 통해서 서로 다른 세대가 동시에 흥얼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많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와, 그러고 보면 참 세상은 넓으면서 좁은 것 같다.


그리고 단순한 역할 바꾸기의 재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역시 서로의 시대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어쩌면 그 시대를 살지 않기에

과감하게 던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파격적인 도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감동이고 파격이었다. 윤슬이가 학교에서 저지른 혁명과

수일이가 무대 위에서 보인 퍼포먼스의 클라이막스는.

영화화 시킨다면 보는 이로 하여금 세대를 뛰어넘어 교차 편집되어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 것만 같았다.


그 누구나 어린 시절과 청춘은 존재하고, 나이가 들어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걸어온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니고 틀림없이 존재하고,

그 시대를 살아왔던 시간 속에서 조금 불편하고, 약간 틀릴지라도 거기 살아 있던 삶의 의미는 충분히 눈부시다.


오늘 읽은 이 작품은 단순한 딸과 엄마의 세대 공감을 넘어서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런 삶의 가치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도 너무나도 즐겁게 웃으면서 말이다.


매번 부모와 자식이 같이 볼 작품이라는 추천을 많이 하며 마무리하지만

이번 작품이야 말로 서로 같이 보고 같이 빵빵 터져주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유쾌하고도 발랄한 두 모녀의 이야기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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