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정말 오랜만에 독서 리뷰를 올려보는 것 같다.
10월에는 신간 출간과 잡지 연재 덕분에 정신없이 흘러가더니, 좀 여유를 가질라 했던 11월에는
생각치도 못한 독감에 시달려서 한동안 비몽사몽을 해맸더랬다.
음... 혹시 올해 독감에 시달리는 이곳을 찾아오시는 방문객들에게 부디 조심하시길 기원한다.
어우... 이 정도로 심한 독감은 정말...
잠시 독감 여담을 넘어가고 한가지 더 독서 리뷰를 게을리한 핑계를 대자면 생각치도 못한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 시리즈가 생겨버렸다. 바로 오늘 소개할 굽시니스트 작가님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 무려 20권에 달하는 이야기를 한달동안 정독하다 보니 이게 다른 책에
관심을 두지도 못했고 이 시리즈를 완독하기 전까지는 리뷰를 할 여유가 없었더랬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중독적인 기분이었다. 원래 좋아하던 작가였고 알던 책이었고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이렇게 빠져들게 만들다니.
독감 중에도 열을 이겨내며 빠져들게 만든 이 마약 같은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해보려고 한다.
항상 이쯤에 시작하던 내용 소개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생략한다.
뭐 알다시피 실제 역사다. 아편전쟁 시기부터 조선 망국에 이르는 시간에 벌어진 한중일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라 뭘 소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는 역사에 대해서 상당히 좋아하고 나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 당연히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애호가로서는 부끄러움이 없을 수준으로
다양한 역사에 대한 기술을 즐겨 읽고 아는 내용임에도 새로운 관점에 대해서 감탄하기를 즐겨한다.
그래서 이 작품도 처음에는 그냥 무난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 굽시니스트 작가님은 웹에서 연재하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좀 가볍지만 그 특유의 유머 감각과 독특한 시각에 대해서는 항상 유쾌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적절한 냉소와 빈정거림,
하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후지자의 역사의 안타까움이 담긴 그 정도의 작품으로 생각했더랬다.
근데 아니었다. 이거... 의외로 생각 이상의 물건이다.
어지간하면 역사를 만화로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심정이지만
이 책만은 다른 역사 만화들과 차별되게 한번쯤 읽어봐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세가지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첫번째,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가시성이다.
역사는 기록의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문제가 터지는게 인문학적으로 인지를 하면서도
이것을 가시성있는 자료로서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솔직히 명량대첩을 손꼽으면서 울돌목의 위치가 어딘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태평천국의 난을 배웠다는 사람들도 왜 난징 근처에 강남 대영과 강북 대영이 멀쩡히 서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근데 이 작품은 그런 시각적이고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개요에 대해서
초심자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요약되고 핵심을 구현한 시각적 구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진행을 한번에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나 역시도 우금치 전투에서 일부 고지 점령을 해냈다는 동학군이 왜 퇴각해야 했는지,
좌종당의 새방 논쟁이 왜 그토록 현재 중국에 중요한 의미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두번째로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를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게 해준다.
사실 국사와 세계사를 배우면서 누구나 느끼는 점은 사실은 나열하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정한론은 비난받았지만 정작 그걸 비난한 조슈 세력들이 조선 침공의
핵심적인 세력이 된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조선의 근세기에 툭하면 개입하던 이홍장과 원세개가
어떤 기반을 근거로 그런 영향력을 미쳤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있을까?
역사는 단순히 한 나라의 고립된 서사가 아닌, 세계 각국의 정세와 영향에 따라 변동하는
세상의 조류이며 흐름이다. 그래서 그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나라의 역사에 기록된 사건만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국제 관계에 따른 나라간의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다른 교양서에서도 은근 흥미롭고 중점적으로 다루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는 제대로 언급하고 있다. 난 그래서 이 점에 대해 이 책을 칭송하고 싶었다.
세번째로 대중적인 시선에서 딱 맞는 재미와 조소를 섞은, 말 그대로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실, 역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중적인 시선은 항상 딜레마다.
다수의 사람들이 역사를 좋아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기를 원하는 역덕이지만,
대중의 관점에서 역사가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이야기인지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가끔 그걸 흥미롭게 푸는 커뮤니티 컨텐츠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편향되거나 아니면
과장을 심하게 섞어서 왜곡한 이야기가 다수라는 점에서 쉽게 권하기도 그렇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역사를 그려내는 전개에 있어서, 딱 적절한 흥미를 끄는 요소와
재미를 유발하는 조크를 균형감각있게 사용해서 일반인들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당장, 인물들을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인 팬더, 호랑이, 고양이, 독수리, 등등으로 묘사하는 것도
다가가기 쉽고 거리감을 줄이면서, 복잡한 정쟁과 전쟁의 양상들도 귀엽게 데포르메된
정황 묘사와 적절히 들어가는 말장난을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시종일관 묘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작품은 재밌는 작품이다. 그 재미를 위해 역사 왜곡을 과하게 하는 무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볼만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세가지 이유 덕분에 11월은 한동안 이 작품을 독파하는 것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이제 20권으로 완결된 이야기를 딱 20권 한권만 남겨놓고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나중에 20권을 본 다음에는 아마 상당한 감동의 여운을 느낄 것 같다.
그래서 그 감정적인 파도에 휩쓸리기 전에 미리 리뷰를 작성하는 것도 있었다.
독감이 유행하고 날씨가 슬슬 겨울로 접어들어가는 이 시기에
다들 밖으로 나오기 싫어지는 기분을 느낀다면, 한번쯤 이 책을 집에다 쌓아두고 온 가족이
즐거운 한중일 근대사에 빠져보는 것도 한번쯤 권해보고 싶다.
의외로 가족들간에 근대사에 대한 즐겁고 건전한 토론 시간을 맞이하는
유익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두며 오늘의 즐거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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