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교사

로봇 교사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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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시작되고 미뤄뒀던 추위가 들이닥친 요즘 간만에 리뷰해볼 작품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로봇이 주인공인 SF 소설, 이희준 작가님의 로봇 교사이다.

다소 희귀한 장르소설이자 동시에 청소년소설인 이 작품을 오늘 한번 리뷰해보도록 하자.


작품은 주인공인 로봇 교사 가우스가 겪게 되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 미래 시대, 새롭게 도입된 로봇들이 사회에 점점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가우스는 로봇 교사로서 만들어져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그 생활은 녹록치 않다.


로봇을 교사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학부모, 그리고 동료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사들,

거기다 사람 말도 잘 안듣는데 로봇의 말이라고 해서 들을리 없는 학생들 덕분에 가우스의 일상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가우스는 성적이 떨어지는 4명의 학생들에게 방과 후 특별 수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로봇인 가우스는 묵묵히 지시를 수행하지만, 학교에 남아서 추가 수업을 받게 된 아이들은

그런 처사에 공손히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온순한 아이들이고 로봇인 가우스를 크게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고 선생으로 인정하는 아이들이어서 수업은 그럭저럭 이어진다.


그러면서 가우스는 4명의 아이들과 친해지고, 각자의 고민과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리고 교사로서 제지해야 할 비행에 가담하는 것도 다소 편법적인 방법이지만 제지하며 공감대를 키워간다.


그런데 어느날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제자들 중에 한명인 지훈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바로 자신에게.


CCTV의 영상에서 명확하게 나온 살해 장면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은 가우스에게 없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 로봇에 경악하는 아이들과 체포하러 온 경찰들의 혼란 속에서 가우스는 결정한다.


여기서 체포되서는 안되고, 자신이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그래서 체포되어 가는 경찰차를 탈출하여 달아나고, 충전과 부품 보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힘겨운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다.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세명의 제자들은 가우스의 무죄를 믿고 그를 도와주는 지지자가 되어주지만,

세상은 가우스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지훈이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한 그의 가족도

복수를 위해 나선다. 그리고 사건의 진짜 범인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과연 가우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범인은 대체 왜 그런 사건을 벌였고, 어떤 트릭을 사용한 것일까?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생소하지만 익숙한 풍경 속에 로봇 교사의 처절한 반격이 시작된다.


음... 내용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작품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묘하게 양면적이었다.

상당한 흥미를 주는 요소가 있었지만 동시에 많이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는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먼저 좋았던 점부터.


일단 소재와 서사 자체가 너무 좋았다. 요즘 문학에서 장르에서도 생소한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근미래 SF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단 한점 주고 싶었다. 과거 아이작 아지모프의 강철 동굴에 매료되어 상상으로

일라이자와 대닐 듀오의 영화 장면을 그려봤던 SF 키즈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잘 다뤄지지 않지만 사실 상당히 두근거릴 수 밖에 없는 소재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훨씬 다양한

기능에서 뛰어나지만 여러가지 제약과 한계를 가진 로봇과 부족하지만 한계없이 날뛰는 인간의 조합이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는 언제든 폭발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요소라 할 것이다.


이 작품도 그런 점에서는 포인트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능이지만 제약이 많은 가우스가 종횡무진 활약하면서도 종종 빈틈이 생기는 부분을 제자들과의

케미를 통해 극복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으니깐.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우리나라 배경으로 묘하게 잘 그려냈다는 점도 좋았다.

근미래 SF의 단점은 역시나 묘한 이질감일 것이다. 아무리 잘 녹여내려고 해도 튀는 팩트가 배경에

섞이지 않아 혼자 따로 노는 그림을 자주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목동을 배경으로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을 오가는 실감나는 장면 묘사와

어색하지 않게 그 안에 녹아드는 가우스의 모습을 마치 실제 존재하는 팩트처럼 잘 살려내고 있다.

그래서 위화감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 했었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보면 괜찮은 배경에 좋은 소재를 택한 걸출한 작품이 될 이야기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이제부터 언급할 부분들인 것 같다.


SF로서는 괜찮은 서사였지만 추리로서는 영 아닌 구성과 개연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이 사건, 우연히 들은 취중 고백이 아니었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아예 없다.


거기다... 그 우연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무려 3회나 우연히 들은 통화 덕에 사건의 실마리가 나오다니...

이건 추리라는 장르에서는 너무 큰 자책골이다. 가우스가 그 통화를 통해서 인간을 초월하는

추리를 하는 장면으로 묻어보려 한 것 같지만, 일단 그 통화와 엳듣기가 성립한 시점에서 그런 추리는

의미를 가지기가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묘하게 캐릭터가 애매하다. 가우스의 가장 큰 전제는 로봇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당연히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의 사고방식과 갈등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고민이 이야기의

핵심일 것이다. 그런데 뭐랄까나... 묘하게 작중에 가우스의 성격은 그런 느낌이 부족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사고에 근접하기 힘든 로봇이라기 보다는 뭔가 로봇의 연기를 하는 연기자나

혹은 대외 커뮤니케이션이 약한 자폐 증상이 있는 인간의 느낌?

사지가 분리되도 대화가 가능하고 기억력이 좋다는 것 외에는 로봇으로 인지할 차별성이 없었다.


거기다 가우스의 지지자들인 아이들도 뭐랄까나... 조력자의 역할이 애매하고 각자의 개성도 희미했다.

그냥 묶어서 지지자 3명이란 느낌? 틀림없이 저마다의 역할이 주어졌어야 했는데,

그게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는 점에서 군더더기화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에 비해서 너무 과하게 역할이 부여된 것은 지훈이의 할머니.

하드보일드 노인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고 싶었다면 나쁘지 않은 느낌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한 축이자 동시에 주인공의 대립 구도를 가져가야 할 인물로서는... 역시나 애매했다.


그리고 스포일러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작품의 흑막도 뭔가 애매하긴 마찬가지였다.

로봇인 가우스보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부분은 신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 패턴이나

추구하는 바를 보면 뭔가 영 나사빠진 캐릭터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거기다 악역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사건의 동기 역시도 너무나 허망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강철동굴에서 추구했던 인류의 도약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로봇 교사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의미를 담은 좀더 근본적이고 중대한 동기를 가진 사건이어야 맞지 않나?


고작 그런 이유로 그런 일을? 거기다가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가면서?

그 부분에서 머리 속에 잔뜩 상상했던 다양한 동기와 이유가 한번에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더랬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런 작품이라면 좀더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서 사건의 시작은 큰 기대와 복고적인 추억을 회상하며 시작하였다가,

마지막에는 영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말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야 했다.


틀림없이 이 작품은 하나의 작품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책을 좋아했고 과거 꿈이 많았던

SF 키즈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자체로 선물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눈높이는 상당히 내려 놓아야

비로소 아쉬움의 반동을 감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함이 남는다.


이 부분에서 이랬다면, 저 부분에서 저랬다면, 그리고 이런 테마를 주제로 삼고 움직였으면...

하는 작품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아쉬움을 달래보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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