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웜 특공대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 블로그에서 예전에 옷산수색대로 소개한 적이 있고 환경 동화 부문에서 유명하신
김두경 작가님의 신작 밀웜 특공대이다.
22년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수상작이란 명성에 부족함이 없고 요즘 분위기에 보기 드문
제대로 된 환경 동화를 읽어보며 느낀 소감과 세상에 대한 걱정을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작품의 시작은 주인공인 밀원 호이가 다른 밀웜들과 같이
우표동이란 어린이에게 택배로 배송되며 시작된다.
표동이는 옆집에서 빌려온 병아리 먹이로 밀웜을 주문했지만 왠일인지 병아리는 밀웜을 먹지 않고,
그래서 호이와 다른 밀웜들은 일단 방치된다.
다른 밀웜들이 다들 누군가의 먹이로 죽을 운명에 두려워하며 벌벌 떨고 있는 것에 반해
목소리가 큰 호이는 상황을 낙관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우연히 굴러들어온 포장 박스에 있던 스티로폼 조각이 밀웜들을 위협하고
그 공격에 호이는 막아서다가 그것들을 먹어치우면서 반격에 성공한다.
그걸 본 밀웜들의 대장님이 말하길, 우리 밀웜들은 저 스티로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며
지구를 구하기 위해 밀웜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특공대를 조직해서 스티로폼과 싸워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밀웜 특공대가 창설되게 된다.
그리고 병아리도 다시 돌려주고 나자 남겨진 밀웜이라도 키워보려고 한 표동이는
밀웜들에게 먹이인 상추를 주고, 밖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거기서 밀웜들은 열심히 훈련하면서 스티로폼과의 싸움에 대비하고, 목소리가 큰 호이는
밀웜들을 바라보던 표동이와 대화도 하게 된다.
밀웜들과 대화를 하게 되자 신기해하며 공감대가 생긴 표동이는 밀웜 대장님의 권유로
밀웜특공대의 일원이 되고, 멀리 이동하기 힘든 밀웜들을 옮겨주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렇게 지구를 위협하는 스티로폼과의 대결을 준비하면서, 옆집에 살며 평소에 표동이를
괴롭히던 불주먹 나나가 병아리 먹이로 밀웜들을 데려가려 하고,
그러는 와중에 스티로폼들의 대장 퐁듀도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공격하려 한다.
과연 밀웜 특공대는 지구와 인간을 위협하는 스티로폼의 위협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퐁듀를 쓰러뜨리기 위한 호이의 필살기는 과연 무엇일까?
작고 미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지구를 지키는 밀웜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내용 정리는 이 정도로 하고... 일단 책을 덮은 첫 소감은 대만족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동화다운 동화가 나왔고, 그 중에서도 요즘 트렌드에 소외되버린 환경 문제를
제대로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다룬 멋진 환경 동화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창작활동을 하다보니 생기는 딜레마가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맞춰서 쓰는 글의 연령대가 올라가버리는 것이 있다.
예전에는 동물들이 아옹다옹하는 이야기만 해줘도 깔깔대던 아이들이, 이제는 AI를 기반한 기술 문명과
따라가기 힘든 문화 트렌드, 그리고 복잡한 청소년들의 인간 관계를 토대로 이야기해줘야 대화가 통한다.
그러다보니 쓰는 글의 톤도 어느새 동화의 범주에서는 조금 넘어가는 청소년 소설의 영역으로 가고
있는 점이 개인적인 고민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동화다운 동화를 손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식으로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접하다보니 생각의 브레인스토밍이 되는 기분이었다.
어쩜 이렇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시는 걸까?
더없이 순수하면서도 해맑은 아이들의 톤으로 그려진 동화의 진미에 오랜만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제대로 짚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 체감하는 부분이지만 어느샌가 환경에 대한 이슈가 세상의 관심 밖으로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단순히 어느 강대국의 막되먹은 지도자의 개념없는 행동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토록 전기차 도입을 주장했던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밀리자 슬그머니 내연기관 자동차의
허용으로 제도가 선회하는 것을 보면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타산적인지 체감하는 요즘이다.
근데 문제는 그렇게 경제적 이유로 방관하는 환경 문제가 오히려 지금 더 위기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누구나 AI 기술에는 열광하지만, 그 기술이 잡아먹는 전기 사용량과 그에 따른 환경 파괴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을 관행적으로 주장하기는 하지만 개도국의 공업 생산 확대에
대해서는 남의 일 취급하면서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를 통해 예산 확보에만 주력하는 느낌이다.
근데 당장 기후 위기는 체감할 정도로 심각해졌고. 올 여름 더위가 감당할 수준이었을까?
북극곰이 갈색이 되고 동토의 모기떼가 하늘을 뒤덮는 것이 과연 남의 일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근 10년 내에 부자들과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저지른 막되먹은 환경 무시에 대한
영수증을 우리 후손들이 비싸게 수령할 것은 자명하다. 그런 분위기이기에 나는 이 책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미생물이지만 인간이 만든 환경 파괴 물질을 분해하는 생태계의 역할을 가진 밀웜이야 말로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고 그 책임을 짊어지기 위한 이해의 첫걸음이자 공감의 첫 파트너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밀웜들과 공조하여 세상을 위협할 수 있는 물질과 싸우는 동화를 통해서 우리는
아이들로 하여금 미미할지라도 그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가지는 시사성과 교훈은 감히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전작인 옷산 수색대에서도 제기한 적이 있는, 과소비의 산물로서 만들어진 폐기된 옷산의
코스믹 호러와 같은 두려움을 이번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적절하게 재미를 담아 쓰셨다는 느낌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동화에 대한 메말라 버린 감성을 적시는 시간을 가졌고,
나 역시도 방관자로서 비겁하게 바라만 보던 환경 문제에 대해 조금은 경각심을 재구하는 기회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여기저기서 난리라는 소식이 뉴스를 가득 채운 오늘,
한번쯤 그 역시도 환경 문제로 인한 기후 위기라는 자각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평범한 주말에 작지만 위대한 경험이 되어 언젠가 그 위기를 구할 아이가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니깐.
그런 호이같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오랜만에 느낀 즐거운 독서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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