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감독 탁풍운
연휴 동안 보았던 책들 중에 가장 맘 편히 읽었던 책을 고르자면 아마도 오늘 소개할 작품,
귀신 감독 탁풍운이 아닐까 싶다.
비룡소 스토리킹 당선작이라서 나름 진지하게 보아야 하나 생각했지만 의외로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더없이 아이들 동화라는 작품이었다. 그 유쾌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 리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이야기는 신선이 되기를 바라며 수행하는 신선 후보생 탁풍운이 승급시험날 도망친 요괴
조마귀를 잡으러 인계에 내려왔다가 졸지에 인계에서 요괴들을 감독하는 조신선의 제자가 되어
수행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냥 동네 백수 아저씨 같은 조신선은 그래뵈도 출중한 신선이고 인계에 상주하며 착한 요괴는 보호하고
못된 요괴는 응징하는 세상의 균형을 잡는 감독관이다.
탁풍운은 그런 스승을 따라 신선이 되기를 바라지만, 스승이 휘두르는 칠성검의 위력에 비하면
자신의 무기인 강요저는 턱없이 미약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조수 역할만 수행하며 세월을 보내는데, 어느날 갑자기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터진 싱크홀로 인해 봉인되어 있던 요괴 두억시니가 세상에 풀려나게 되고 ,
두억시니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이름없는 귀신, 구멍귀를 이용해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그들을
관리하던 요괴출석부를 훔쳐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한다.
본의아닌 실수로 스승님이 자리를 비우신 사이 요괴출석부를 빼앗긴 탁풍운은 잃어버린
요괴출석부의 행방을 찾아 헤매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못된 요괴에 씌인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귀신의 도움을 받고, 영매 체질의 소녀 서늘이와 만나며 사건에 다가간다.
과연 우리의 MZ 신선 탁풍운은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두억시니의 음모에 맞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신선이 될 수 있을까? 보고만 있어도 그저 유쾌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천방지축 주인공 탁풍운의 모험이 시작된다.
흠... 뭐랄까나 간만에 보는 저학년 대상의 동화였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본의 아니게 읽는 책의 연령대도 점점 높아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익숙하고 빈번하게 읽었을 저학년 대상의 동화들을 요즘은 자주 못보고
정말 오랜만에 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전히 재미는 있었다.
사실 글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의미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화는 아이들의 영역이고
제대로 된 소설은 그보단 더 어렵고 복잡한 문체와 서사가 나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훨씬 더 어렵고 생각을 많이 요하는 것이 동화다.
그리고 어른들의 이야기에 비해 훨씬 더 쉽고 간단한 즐거움을 안겨주고
책을 덮을 수 있는 것도 동화고. 그런 의미에서 동화의 매력은 비비 꼬인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사이다고 유쾌하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도 역시나 즐겁고 신나는 기분 하나만으로도 남는 것 같았다.
다소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도포 대신에 패딩을 입고 여기저기 탱탱볼처럼 튀어다니는
탁풍운의 활약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니깐.
그래서 이 이야기가 왜 스토리킹의 어린이 심사단의 선정을 받았는지 이해할 것 같았고,
동시에 시리즈로 세번째 이야기까지 연속으로 출간이 이어졌는지도 납득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만을 가진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 의외로 아이들은 넘어가도
어른들은 뜨끔할 생각이 드는 깊은 심연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건 바로 구멍귀.
이름을 가지지 못해 요괴 출석부에도 실리지 못한 귀신들이란 설명에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점점 그 귀신들이 어째서 이름을 가지지 못했는지에 대한
서사가 나오면서 깊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되기에 밝힐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세상에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과연 어떤 건지 어렴풋이 짐작은 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도 외면하고, 심지어는 귀신의 명부에도 오르지 못한 존재들...
그들이 가진 마음의 한과 서러움을 조종하는 요괴와 그래선 안된다고 말하는 탁풍운의
대립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에 생각치도 못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와... 이걸 이런 의미로도 해석을 하고 서사를 구성할 수도 있구나.
작가님의 필력에 큰 경외심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바로 가까이 존재할지도 모를
이름없는 자들의 이야기. 즐거운 연휴에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즐거움 속에 담겨진 큰 울림에 한번 먹먹한 기분을 느끼며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참 동화는 아마도 이런 것이라고.
넘치는 즐거움 속에 담겨진 숨은 큰 교훈. 강요하지 말고 주입하지 말고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동화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이자 힘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되새긴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참 좋았다. 이제는 점점 멀어져 가는 저학년 동화들에 느낀 아쉬움을
마치 몇권 이상 한꺼번에 본듯한 충실함을 느끼게 해주는 추천할 만한 이야기였으니깐.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직 귀신을 무서워하고 그걸 퇴치하는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들에게 이 작품은 틀림없이
후회없는 선택이 되리라 보장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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