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플갱어
이번 연휴는 이래저래 사정 때문에 한동안 미뤄두었던 독서를 넘치도록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하나둘 리뷰로 풀어가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최이든 작가님의 21년도 작품인 사라진 도플갱어다.
잔잔한 잔물결과 같으면서도 그 심연의 깊이는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보면서
감탄했던 소감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오늘의 리뷰를 시작해보기로 하자.
이야기는 태현이 학원을 빼먹고 들린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구매한 좌석에 맘대로 앉아 있고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본 순간 태현이는 경악한다. 그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루팡이라는 이름으로 탐정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해원에게
의문의 의뢰가 들어온다. 그림자라는 이름의 의뢰자는 자신의 도플갱어를 수사해달라는 의뢰.
장난이라 생각한 의뢰는 정중한 거절에 대한 대답에 의외의 진정성이 담겨져 있었고,
그래서 절친 호진과 같이 만나본 의뢰인이 같은 학교에 태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해원은 깜짝 놀란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은 의뢰의 내용이었다.
듣고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알아봐 달라는 태현의 의뢰.
상상도 못해본 의뢰에 당황하면서도 일단은 흥미를 느끼고 사건을 파해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초등학생 탐정의 수사 역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래저래 시행착오를 거듭하지만
태현이 말한 도플갱어의 존재는 실존의 증거를 남기며 아이들의 주위에 흔적을 남긴다.
번번히 허탕을 치면서도 말도 안되는 단서들을 하나하나 배제하가며 추적하던 아이들은
모든 사건의 현장은 태현이가 아빠와의 추억이 있던 장소라는 공통점을 알게 되고,
그렇게 추적을 하다가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된다.
그건 바로 C를 기억하라는 의문의 쪽지. 그리고 태현은 그것이 예전에 어학연수 시절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강아지 쿠퍼를 의미하는 것이라 추측하면서 사건은 점점 실체화되어 간다.
과연 태현의 주위를 맴도는 도플갱어의 존재는 무엇일까?
그리고 해원은 그 의문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판타지 같지만 더없이 현실적인 아이들의 마음의 이야기를 다룬 추리극이 시작된다.
내용 정리는 이 정도로 하고, 일단 바로 떠오른 감상은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아동 추리물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아동소설에서 추리는 상당히 흔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어린 시절에 남녀를 불문하고 명탐정을 꿈꾸지 않은 아이들이 있으려나?
치밀한 두뇌 싸움과 체력을 요하는 추적, 그리고 두근두근한 모험이 모두 담긴 소년소녀 탐정물은
누구에게나 설레이는 이야기고 불멸의 베스트셀러라 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이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다양한 모습의 탐정과 사건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추리소설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건 역시 주역이 어린이라는 점이다.
사건이라는 것이 결코 가볍게 다룰 것이 아닌 해결해야 할 범죄의 영역이고,
거기에 다양한 고난도의 수사 기법들이 요구되는 것도 결코 가벼운 영역이 아닌지라
어린이 추리소설은 제한된 사건과 방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이런 장르는 어른의 영역에 뛰어들어 어른 이상의 지혜를 발휘하는 천재가 등장하거나,
혹은 아이들의 소소한 사건에 소소한 지혜로 해결하는 다소 일상의 이야기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은 양자에 적절하게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틀림없이 우리의 탐정 역할인 해원은 똑똑하고 총명하지만 초등학생의 영역을 초과하지 않는
그 나이 대에 만는 추리와 수사를 진행하지만, 의외로 그 사건의 본질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어른들의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무거운 이야기에 걸쳐져 있고 결국 그것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상당히 적절한 밸런스와 이야기의 조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건의 성격이 다소 독특한 부분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의 어린이 탐정단의 활약은 생각보다 훌룡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추리소설이란 장르도 장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가지는
위험성과 거기서 파생된 불안과 혼란에 대한 이야기도 적절히 그려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태현이 처한 상황은 누가 뭐래도 그런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식상한 이야기겠지만, 부모는 아이들에게 경제적이나 물질적인 욕구를 채워주면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보다는 더 사소하고 단순한 것들이니깐.
그런 속상함의 과정들이 반복되며 마음 한편에 그림자가 스며들고, 그 결과값으로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은 진부할지라도 더없이 현실적이다.
거기에 쿠퍼와 관련된 트릭. 와...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작가님의 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방에 사건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다음에, 그 진상을 알게 된 다음 아연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니.
이거, 제대로 된 기성 추리작가님들도 벤치마킹 해볼법한 트릭 아닐까나?
아무튼 그런 연유로 인해서, 아무 생각없이 제목을 보고 막연하게 오컬트 쪽이려나... 생각하며
집어든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작품으로 기억에 흔적을 남긴 기분이었다.
연휴 중에 아마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다.
굳이 이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시간의 공감대를 이런 때만이라도 같이 아이들과 보내는 것이 결코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천하시기를 권하면서 오늘의 훈훈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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