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허밍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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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은 지난번에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었던 폭풍이 쫓아오는 밤의

저자이신 최종원 작가님의 2025년 신작 허밍이다.


전작을 읽으면서 느꼈던 고립된 상황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회에

펼쳐진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제대로 그려낸 수작에 오늘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이야기는 주인공 여운이 한 빌딩에서 자신을 추격하는 괴생물체에게 달아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을 후회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서울, 그곳은 완전히 고립되어 차단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갑자기 시작된 인간이 식물로 변이되는 기이한 현상 때문에.


갑작스럽게 신체가 식물화된 인간들은 감염체로 간주되어 기피되고, 그곳이 시작된 장소는

거대한 장벽으로 차단되고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상황은 일단 해결된다.


그리고 그 사태가 9년이 흐른 지금, 대책본부는 여전히 장벽 밖으로 그 두려움을 전파하는 곳을

완전히 해결할 '우산'이라 명명된 기술의 실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일주일 후면 엄마를 두고 온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사실에 기뻐하는 주인공 여운,

그런데 그 여운에게 의문의 제안이 날아온다. 그건 바로 우산을 실행하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대응팀에게 긴급하게 어떤 부속을 가져다 주라는 것.


그냥 초임 연구원에 불과한 자신에게 왜 말도 안되는 제안이 온건가 궁금해하는 것도 잠시,

그곳에서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미련과 동시에 지금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이모의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그것을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여운은 연구소에서 붙여준 인공 지능 로봇 R과 함께 9년만에 고립된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간단하리라 생각한 임무는 뭔가 심상치 않다.


거기다 안에 생존자는 없다고 발표된 것과 달리,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감염자라 간주되어 피신하지 못하고 갇힌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다른 어른들이 감염되는 과정에서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멀쩡한 소년,

정인이 있었다. 정인은 자신을 돌봐주는 생존자들과 가족이 되어 성장했고.

자신을 돌봐주는 로봇 미호와 같이 고립된 서울을 누비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난 의문의 침입자에 수상한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고,

그러나 정인은 고생고생하며 그곳에 들어온 여운과 만나게 된다.


9년만에 조우한 장벽 밖와 안의 사람이 놀라는 것도 잠시, 미리 와있던 연구원들의 만행에

감염이 진행되고 있던 정인의 삼촌과 할머니는 살해당하고, 정인은 복수에 불타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개입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던 여운은 아픈 몸을 이끌고 오래 전

자신이 살던 집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행한 로봇 R의 수상한 행적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렇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은 목적지인 우산이 설치된 잠실 타워를 향해 가고,

그곳에서 이 상황을 종식시킬 우산의 가동은 점점 준비를 갖추어 간다.


과연 우산의 진짜 정체와 목적은 무엇이고 그곳에서는 뭐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여운이 내릴 결론은 무엇일까?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수해 속에서 벌어지는 더없이 인간에 대한 답을 요하는 모험이 시작된다.


읽고 난 첫번째 소감은 역시 전작의 명성에 버금가는 작품이고,

이쪽 장르에 새로운 거장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작품을 고르게 된 첫번째 이유는 역시 전작 덕분일 것이다.

고립된 캠핑장에서 마음에 그늘을 안은 두 아이들이 미지의 괴물을 상대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여운을 남겼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쓰신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여전히 고립되고 위급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모험과 성장의

이야기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고, 그 감동의 수준은 훨씬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매력적이었던 것은 역시나 세계관이었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의외로 흔하다.

하지만 이렇게 독특하게 식물화에 의해 고립된 세계관은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식물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보편적으로 약한 생명체라는 인지를 공감한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곳에 머물러 동물의 포식 대상이라는 생각이 우선시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물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그래서 더 공포스럽지 않을까?


이 작품은 그 두려움의 근원을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식물이 나 자신이 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영향력을 상실하고,

피부에 나무가지가 덮히고 손에 잎사귀가 자라기 시작한다면?

그리고 점점 다리에 뿌리가 내려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그 끔찍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악몽의 형태를?

이 작품은 그 공포를 너무나도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품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질문, 과연 인간은 무엇인가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다양한 존재가 등장한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반쯤 식물이 되어 돌아다니는 인간,

식물이 되어 그대로 인간의 형체를 잃어버린 존재들,

점점 식물화가 되어가지만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멀쩡한 인간이지만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까지.


그들 모두는 어떤 의미로 인간이고, 그래서 절망에 던져진 인간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내려야 할 결론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나는 이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다. 어찌보면 저기서 가장 인간에 먼 존재가 지극히 인간적인,

아니 그래서 신의 존재처럼 보이는 위치에서 질문을 건낸다.


그 세상에 나열된 불완전한 인간의 운명을 더 없이 미숙하고 연약한 한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 역시 불완전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신은 실망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원래 인간은 그런 것이니깐.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고 더없이 나약하고 비겁하지만...

유구의 시간 속에서 그것을 고쳐나가고 개선해나가며 언젠가는 답을 찾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니깐.


그 거대한 인간찬가의 대의를 이 작품에서는 더없이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멋진 액션 활극의 느낌도 곁들여서 말이다.


사실 리뷰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장대하고 깊은 내용이라 간단히 추려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그래서 리뷰를 읽는 분들에게도 의문만 던진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래서 한번 필독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과연 맞는 것인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이 생각치도 못한 녹색 아포칼립스 SF 작품에서 찾을 수 있으니깐.


아무튼 그런 연유들로 인해 여전히 훌룡하신 필력으로 돌아오신 작가님의 작품에

대단히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가능하다면 그 세계의 이야기를 속편으로 다시 기대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오늘 하루 왠지 그 작품 속에서 들리던 은은한 허밍을 나 역시도 따라 부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본질에 대한 의문과 사색도 겸한 시간을 가지리란 포부를 가지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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