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
고서가 잔뜩 쌓인 서재, 소소하고 달콤한 간식거리, 종이접기, 여름의 이야기, 학교괴담, 여중생.
뭔가 소재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흥미로울 것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바로 오늘 소개할 발랄한 여중생들의 일상과 기이의 세계를 넘나드는 모험 이야기,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다. 항상 학업에 시달려서 우울하기 그지 없는 우리나라 청소년문학에서
이런 달달한 이야기를 만난 행운에 감사하며 오늘의 리뷰를 시작해 본다.
이야기는 표지에도 나와 있는 주인공 세연과 호기심이 넘치는 모모, 냉정하고 차분한 소라의
도서부 여가활동으로 하게 된 종이접기에서 시작된다.
도서부에서 한참 복잡한 접기에 몰두하던 중에 갑자기 학교에 정전이 되고,
세연은 모모와 같이 상황을 알아보러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의문의 존재와 마주한다.
그건 학교 괴담에서 떠도는 종이학 귀신. 만나는 사람에게 종이학을 접어 달라고 하는
귀신을 만난 세연은 거절하지 못하고 접어주고, 그걸 받아든 귀신은 종이학을 태워버린다.
영문을 알수 없는 귀신의 행동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창 밖에 의문스러운 자기 또래의
소녀를 목격하고 어리둥절하고 교실들을 헤매다가 이내 모든 상황은 종료된다.
세연의 기이한 목격담을 들은 소라와 모모는 그 사실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원래 존재하던 괴담과 연관성이 있다고 조사하던 중에
그 소문을 듣고 이미 졸업한 괴담 매니아 장휘 선배도 합류하면서 조사는 본격화 된다.
그리고 오래 전 졸업생을 토대로 그것이 단순한 귀신이 아니라,
학교에 오래된 사당과 연관이 있고, 더 나아가 도서부 담당 강지문 선생님과도 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점점 깊숙히 파고들게 된다.
과연 세명의 발랄하기 그지없는 소녀들은 오래된 학교 괴담과 자신들이 조우한
기이한 현상들의 상관 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실화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 미스터리 속으로 상큼하기 그지 없는 모험이 시작된다.
일단, 첫 감상은 보면서 다른 수식이 필요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이었다.
응응. 정말 그랬다. 솔직히 여기에 더 무슨 여담이 필요할까?
청춘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고 서사가 나오는 푸르른 시기이다.
하지만 동시에 성장통과 외부의 마찰로 인해 야기되는 깊은 고뇌도 존재하고.
그래서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들은 그 양면적인 부분을 믹스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다소 미지근한 톤을 유지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여기서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신나는 여중생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즐거운 학창 시절이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거기에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기이한 뭔가에 대한 조사와 탐험.
어른들의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롭고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어 죽을 것 같은 추리 과정이 즐겁게 어우러지며 재미를 폭발시킨다.
그래서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들이 가지는 문제 의식에 대해서 탄식마저 해버렸다.
묘하게 일본 쪽의 장르에서는 너무 빈번하게 나와서 오히려 매너리즘이란 생각이 드는
밝고 명랑한 청춘이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한 쪽으로 창작되고 읽혀지는 것 같다.
어휴... 왜 그러는 걸까? 글은 좀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집필 과정에서 작가의 문제 의식을 담고 싶은 욕망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기에 가끔은 그런 무거운 화두보다는 이런 식의 아이들 본연의 이야기와 그 재잘거림에 집중한
요소가 좀더 흥미를 준다는 것을 다른 많은 작가들도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잠시 이야기가 빠졌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시종일관 그 톤을 잘 유지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종이접기 취미도 그렇고, 오래된 서가의 묵은 종이향도 생생하고,
귀여운 소품들과 차근차근 단서를 모아 추리해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 귀엽고 생동감이 넘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의 전개가 전반부와 다소 괴리되는 점이다.
시간을 건너서 그 너머로 갈 수 있다는 카드를 빼들었다면, 좀더 그 이야기에 집중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주인공들과 닮은 꼴의 선배들과의 교류와 에피소드를 메인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전반부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지극히 현실을 기반으로 한 추리 과정이었다면,
후반부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실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논리의 영역을 뛰어넘는지라 괴리감이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전반부를 쭉 이어서 현실의 추리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과거로 가서 그 시대와 교류하는 이야기를 그렸으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더랬다.
생각해보면 후자가 딱 지난번에 리뷰한 적도 있는 고정욱 선생님의 점퍼같은 느낌이겠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만약 그런 전개였다면 이 발랄하기 그지없는 소녀들이
그 시대에 가서 그때를 살았던 아이들과 보여줄 케미가 좀더 임팩트 있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결말에서 이어지는 과거와 현실의 연결과 종이학에 담겨진 숨은 의미...
그리고 이것이 실화를 기반으로 한 팩션 소설이라는 반전까지 생각하면
이건 이거대로 만족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언제나 설레이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학창시절 그 여름날 친구들과 떠들석하게 놀던 이야기. 거기에 시간여행과 추리가 곁들여진다.
와우... 이것만으로도 느낌이 확 오지 않을까?
한번 그 발랄한 이야기 속에 빠져보고 싶은 아이들과 어른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집어들기를 권한다. 어느샌가 종이학을 접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두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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