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거짓말
오늘 소개할 작품은 시간을 건너는 집으로 유명하신 김하연 작가님의
2025년 신작, 나만 아는 거짓말이다.
이 작품을 리뷰하기 전에 문득 실소가 나왔다. 왜냐하면 예전에 했던 웃픈 상상 덕분이었다.
한참 시간을 건너는 집 시리즈를 읽던 시절에, 서너명의 아이들이 모인 자신들만의 공간의 포근함에
미소지으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혹시, 여기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찾기 시작하면 겁나 재밌겠다.
와... 실로 실례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발칙한 망상이었는데, 아니 그런 망상을 듣고 작가님이 소원을
들어주기라도 하신 듯한 작품이 떡하니 나올 줄이야. 한참 웃었더랬다.
오늘 작가님 특유의 청소년들이 모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이 가진 불안과 고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안아주는 포근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리 게임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작품의 시작은 고전소설 독서 모임 더 클래식의 오프라인 정모 관련 채팅으로 시작된다.
방장 현수의 제안으로 고3이 되기 전에 온라인에서만 만났던 다섯명의 모임 친구들이 현수 할머니의
별장에서 1박 일정으로 번개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다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하나씩 별장에 도착하고, 그곳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보물창고 같은
서재와 포근한 분위기, 그리고 깜짝 선물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커져 간다. 그런데...
아무도 생각치 못한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주최자인 현수가 회원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애장서 틈에서 감사 엽서 대신에...
각 회원들이 숨기고 있던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투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인하지만, 서서히 나타나는 투서들의 진실에 회원들은 경악하고,
서로는 서로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결국, 준비했던 정모를 유지할 수 없음을 판단한 현수는 정모의 중단과 모임의 해산을 선언하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그 안에서 유일하게 비밀이 폭로되지 않았던 주인공 유정은
서울로 입학 면접을 보러 오는 길에 우연히 그때 느꼈던 위화감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이고, 왜 그런 짓을 벌였을까?
그리고 그 진상이 밝혀진 이후 진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아이들만이 알던 거짓말을 둔 진실 게임이 시작된다.
일단 내용 정리는 이 정도로 하고, 처음 읽어본 소감은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믿고 보는 김하연 작가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셨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망상으로 떠올려본 상상을 그대로 맞춤형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같은 작품이라니.
2026년을 시작하면서 처음 본 작품이 이거라는 점에서 올해는 벌써 복받은 느낌이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청소년소설이 가져야 하는 문제 의식과 아이들의 세계와
추리소설이 가져야 할 미스터리와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을 밸런스 좋게 담아 전개되고 있다.
거기에 작가님 특유의 폭신폭신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정말이지 시간을 건너는 집에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이름만 바꿔서 등장한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인물들의 생생함과 몰입도를 극대화해서 끌어내는 작품이었다.
하... 그러고 보면 요새는 이런 느낌이 그립기는 하다.
포근한 쇼파와 고전 소설로 가득찬 서재와 밀크티향이 배인 쉬폰 케이크가 나오고,
핸드폰이나 태블릿은 찾아보기 힘든 고즈넉한 공간.
때 지난 푸념일지는 몰라도 그런 공간을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1인이기에 이번에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그려진 아이들만의 공간에 매혹되는 기분을 느꼈더랬다.
그리고 추리의 과정도 의외로 흥미로웠다. 사실, 추리소설의 문제는 항상 사건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능하면 누군가 죽는 편이 제일 편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서로가 낯을 붉힐 뭔가 일이
터져도 터져야 전개가 되는 추리소설은 덕분에 쉽지만 다른 장르에서 접목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연결하기 힘든 청소년소설과 추리소설의 접목이 완벽할 정도로 매끈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 가치를 칭송하기에 마땅하다 생각한다.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비밀들을 토대로 서로 얽히고 얽혀가는 의심과 추적.
그리고 지나가듯이 던져진 단서들을 토대로 완벽하게 보이는 완전 범죄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까지도...
그 모든 과정이 어느 장르 하나에 빠질 것이 없이 완벽하게 요철을 맞추어 맞물려 풀려간다.
그래서 살인과 같은 크리티컬한 범죄가 아닐지라도 이 작품의 사건은 충분히 독자로 하여금
추리소설의 탐정역으로 사건을 추론하는 게임에 도전하기에 충분한 도발을 던진다.
참고로... 난 실패했다. 범인은 대충 알아차렸지만, 트릭과 반전을 알아내는 것에는 실패!
그래도, 유쾌한 실패였다. 내가 상정한 것 이상의 흥미로운 트릭과 동기였으니깐.
아니... 내 상상이 오히려 너무 과했던 걸까? 난 왜 등장인물 5인 중에 유정이만 제외한 4명의
교차 연쇄 범죄가 우연한 계기로 동시에 벌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건 과유불급인 듯.
아무튼 그렇게 추리게임으로서도 이 작품은 너무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그리고 그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일반 추리소설의 범인들이 보이는 뻔뻔하게 행동하거나,
자신도 피해자라고 우기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스테레오 타입이 없다는 것도 좋았다.
그래... 청소년 소설이다. 어른들과는 달리 오히려 더 현명하고 맑은 아이들이기에
그런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행함으로서 과오를 되돌리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겠지.
결말마저도 온화하면서 보는 부담을 털어내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작품이였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이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영상화해서 단막극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같은 타이틀에 다른 사건으로 속편이 나오기를 고대하는 마음도 들었고.
여러모로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에 즐거움을 가득 채우고 출발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고,
나중에 제목이 괴이해서 망설이던 작가님의 지명여중 추리소설 창작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면서 오늘의 즐거운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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