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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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시작을 맞아서 온 가족이 다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보기로 결정한 영화는 지금 시즌을 가장 핫하게 달리고 있는 개봉신작, 왕과 사는 남자였다.


어찌보면 결말도 알고 있고, 그 과정도 알고 있어 반전은 없을지도 모를 이야기지만,

그 서사의 결이 단순한 지식으로 마모하지 못할 감동의 여운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오늘 눈씨울을 적시게 만든 실화 기반의 이야기에 대해 나누어 보도록 하자.


사실, 그냥 실화라서 내용 설명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게 기록으로는 딱 두줄 있는 이야기에

많은 상상력을 덧대어 만든 이야기라 일단 내용 설명을 해야 할 듯 하다.


계유정난이 벌어지고 단종은 왕위에서 쫓겨나 상왕이 된다.

하지만 자신을 복위하려던 사육신의 고초에 절망하고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시점을 돌려 영월 청령포 촌장인 엄홍도는 우연히 사냥을 나갔다 실족하는 사고를 당하고,

구해준 마을에 신세를 지는데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건 바로 자기네 마을보다 생활이 훨씬 나은 그 마을의 형편 때문이었다.

그에 대해 그곳 촌장이 엄홍도에게 조언해 준다. 한양에서 고관 양반들이 유배를 왔을 때

잘 돌봐주면 그 사람이 복귀할 때 큰 보답을 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다짜고짜 관아로 가서 새롭게 유배를 올 고관을 받겠다고 자청하는 엄홍도.

그걸 본 한명회는 폐위된 단종의 유배지로 청령포를 지목하고, 단단히 감시할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단종은 노산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에 유배를 오게 되고, 여전히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노산을 돌보는 엄홍도는 자칫 그가 죽기라도 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없는 마을 형편에 먹을 것도 최대한 좋은 것을 내놓으며 그를 돌보지만,

절망에 빠진 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다. 그러다 엄홍도의 아들인 태산이 우연히 알게 된다.

자기 마을에 유배를 온 이가 복귀할 일은 절대 없을 폐위된 왕이라는 사실을.


그것에 큰 실망을 하고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받은 엄홍도, 그러다 우연히 투신 자살을 하려던

노산을 발견하고 그의 목숨을 아슬아슬하게 구해낸다.


그리고 그가 보답을 해줄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의 임금이었고 딱한 처지에 공감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과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노산도 숙부인 금성대군이 다시 반란을 일으켜 자신을 왕위에 복위시키려는 조짐을 보이자,

경계를 하면서도 조금은 삶에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금성대군의 편지를 몰래 읽으려던 행동을 반복된 자결로 오해한 엄홍도는

그에게 화를 내며 다그치게 되고, 성심성의껏 자신을 위해주던 그의 행동에 노산도 복잡한 마음을 가진다.


그런데 그때 마침 등장한 호랑이의 급습에 마을 사람들과 다같이 위기에 처하고,

노산은 태산이가 쏘려다 실패한 활을 집어들고 호랑이를 잡는데 성공하며 다시 삶에 의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노산은 엄홍도와 마을 사람들의 진심을 알게 되고 그들과 친밀하게 지내게 되고,

왕이었던 노산의 태도에 마을 사람들은 더 그를 공경하며 알뜰하게 살피게 된다.


그리고 그가 의지를 되찾자,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노산의 복위를 위해 몰려드는데,

그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 한명회는 태산이를 붙잡아 매를 치고,

그것에 아무것도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에 노산과 엄홍도는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노산은 대답을 보류하던 금성대군의 계획에 찬성하는 답서를 보내고,

그 반란의 행보에 뛰어들게 된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과연 노산은 그 폭풍같은 상황 속에서 원하던 바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를 지켜주던 엄홍도는 그런 그의 선택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알고 있지만 그래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단 다 보고 난 감상평은 역시나 아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와... 정말이지 복잡한 생각없이 마음이 훈훈해지고 결국에는 울게 만드는 이야기의 완성판이었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정에서 다양한 서사와 인물들의 이야기와 터지는 이벤트를 집어넣어도,

결국에는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기에 그 마음의 여유를 끄집어내기 힘들다.


특히나 단종의 이야기는 더 그럴것이다.

참 의도가 나쁜 사람들에 의해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되며 그저 나약한 모습만 보인 왕의

마지막 모습에 무슨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초심에 가까운

사람의 정과 온기라는 것으로 간단히 대답하였다.


그래서 참으로 가슴아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노산의 이름도 정체도 모른 상태로 받아서,

그를 돌보고 아끼고 연민하는 사이에 깊은 정을 나누게 되고,

결국 그래서 그의 최후를 거두고, 죽음을 무릎쓰고 마지막 길도 수습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그리고 누가 눈물을 참을 수 있을까?


그리고 비단 그것은 엄홍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청령포에 사는 모든 사람들,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만들었던 그 모든 이들이

웃고 울고 떠들면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

바로 인간에 대한 정을 가지고 그들의 왕을 보듬는 장면에서는 울컥함은 배가 된다.


거기에 그러한 온기를 대하고 비로소 왕으로 각성하며 동시에 절망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사람들을 챙기고자 발버둥치는 노산의 이야기도 눈씨울을 적신다.


우리 아이도 그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겨우 초등학교 나이에 왕이 되고, 중학교도 되기 전에 삼촌한테 쫓겨나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감수하기 힘든 일이었을 거라고.


역사가 항상 승자의 영광만을 노래하기에 묻혀버릴 수 있는, 옳은 자와 바른 자의 이야기가

여기서는 과장된 신파 없이 있는 본연의 이야기로 흘러나와 노래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최후를 부탁하는 노산과 그것을 받아주는 엄홍도의 이야기에서

나는 묘하게 부자의 연민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 그 공백과 부재를 대신한 시골의 무지렁이 어른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처음 배운 아이가, 그를 지키고 자신의 마지막을 존엄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부탁할 수 있는 유일한 이가 그였다는 사실이... 묘하게도 가슴아프고 의미심장했다.


그랬다. 이건 피는 안섞였지만 고귀한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거두고, 기르고 돌본 아버지가...

그 아이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며 내쉬는 안타까운 한숨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가족의 의미를 소중하게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명절에 우리의 가슴에 스며들고

더없이 큰 울림을 주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 왠지 감상을 쓰면서도 촉촉해지는 눈씨울의 물망울이 남아있는 동안,

더 없이 사랑스러운 부자같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잠시 추모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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