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음원 #소원을 들어주는 음악

행운음원 #소원을 들어주는 음악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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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여기서 소개드렸던 탐정 명아루를 읽고 나서 곧바로 비룡소에서 출간한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행운음원 #소원을 들어주는 음악을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예측하기 어려운 괴담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믹스하여 조화롭게 풀어낸 서스펜스 동화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이야기는 배구부 소녀 은서의 연습 장면으로 시작된다.

얼마 전 부상을 입어 대회 출전을 못하게 된 은서. 하지만 우연히 핸드폰을 보다가 찾은 릴스를 보고

소원을 빈 은서는 순식간에 다리가 나아 출전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미심쩍은 기분을 떨칠 수 없어 연습에 몰두하던 은서는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서 들리는

의문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경악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주인공 유나에게 넘어간다. 유나는 초등학생이지만 유튜버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소녀.

하지만 그것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늘지 않는 구독자수에 항상 실망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극하는 것은 같은 반 친구인 민재. 연예인 가족을 두고 본인도 연예인인 민재의

유투브 방송은 구독자수가 80만이 넘는 인기 채널이다.

그리고 민재는 맨날 유나의 구독자수를 별명처럼 부르며 놀리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다.


그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유나. 그러던 어느날 유나도 그 영상에 접하게 된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문의 릴스. 어두운 배경으로 들릴들 말듯한 노래 소리가 들리는 영상.


그것을 보게 된 유나는 무심결에 구독자수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고, 그것은 다음날 이뤄진다.

갑자기 늘어난 조회수에 어리둥절한 유나. 하지만 그것은 이내 허상으로 밝혀진다.


갑자기 늘어난 구독자수는 서서히 줄어가고,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그 영상은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그 고민을 민재에게 털어놓게 되고, 민재의 도움으로 영상에 대해 조사하다가,

그것을 아는 사람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은서의 친구였던 지유였던 것이다.


지유에게 은서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유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민재의 도움을 받아

그 영상의 진상에 대해 더 깊숙히 알아보게 된다. 그러다 두 사람은 알게 된다.


그 영상에 나오는 노래가 예전에 나왔던 어떤 어린이 드라마의 주제가였고,

그 노래를 부른 소녀는 세상에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은서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추적을 이어가는 유나.

그 영상이 가리키는 장소를 찾아가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과연 유나와 민재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소원을 이뤄주는 음악의 실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과연 어떤 가슴아픈 사연이 이러한 도시 괴담을 만들어 냈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쩌면 너무 익숙할지도 모를 세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흠... 묘하게 현실감있는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도시 괴담 동화를 한편 본 기분이다.

그것도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에 이토록 부합하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다니.

생각 이상으로 현실감각이 넘치는 이야기에 일단 흥미를 느꼈고, 동시에 큰 재미도 느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는 이 작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투브와 같은,

세상에 유명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조용하고 얌전한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아이들은 모두가 나를

보고 선망해주고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삶에 가장 큰 의미로 여긴다.


그건 아마도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럴 수 있는 수단이 너무 널리 보급되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단순한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서 소통 방식이 그런 비대칭적인 것으로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거나 최소한 말을 해야 했다.

그건 누군가와의 대화가 일방이 아닌 쌍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외로 일방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를 선망하고 추종하지만,

그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거기에 대화와 접촉과 수고는 별로 필요치 않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소통의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생기는 그 나름의 문제는 우리 부모들 역시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대화된 일방 소통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됨. 잊혀짐에 대한 공포.

숨겨버린 진실에 대한 두려움. 쉽게 모든 것을 이루고 싶지만 지고 싶지 않은 책임.


이러한 예전보다 심화되고 쉽게 치부하기 힘든 화두 앞에서 우리 부모 세대들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

이 작품에서는 그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기술이 발전하고 방식이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은 누군가 있어주기를

바라는 그리움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고, 그러기에 일방이 아닌 쌍방의 이야기가 이뤄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길을 걸어가는 유나와 민재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된다.

어쩌면 어른들이 돌봐주지 못하고 답을 알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아이들 스스로 찾아 나서서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그 계단 하나하나마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힘든 시대이다.

세상의 위에서 돈과 정보를 독점한 소수의 테크노크라트들은 너무나 쉽게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오고, 그것이 가속화되어야 한다고 논하고 있다.


그 시대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논외로 치고라도...

설령 유토피아라고 해도 거기에 우리가 아는 인간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존재하기는 할까?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유나가 그 아이의 손을 맞잡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라면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단순한 소통의 화두 뿐만 아니라, 괴담을 추적하는 과정의 재미도 틀림없이 보장되는 이야기니,

한번쯤 겨울의 끝자락에서 미스터리 도시괴담의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여러가지 생각과 여운을 많이 느끼게 만든 이야기를 주억거리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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