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수들
살다 보면 기이한 책연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작품이 딱 그랬다.
사실 그냥 지나칠법도 한 책이었는데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던 것이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그리신 분이
내 작품 구멍가게 CEO의 일러스트를 맡아주신 다해빗 작가님이셨기 때문이다.
그 익숙하면서도 귀엽고 동시에 묘한 온기와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을 보면서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눈여겨 보다가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우연치 않은 책연으로 만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하지만 그래서 더 감미로웠던
동명이인 소년들이 씨줄과 낱줄로 얽혀가며 직조해나가는 이야기에 대해서 오늘 한번 리뷰해도보록 하자.
이야기는 두 소년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이름은 강동수. 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전학생 강동수는 매사가 유쾌하고 아무나 구김살없이 다가가 장난을 치는 녀석이다.
그에 비해 원래 있던 강동수는 매사가 심드렁하고 주변에 관심이 없는 조용한 아이다.
그런데 자신과 동명이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전학생 강동수는 원래 있던 강동수를 만나러 온다.
관심같지 않으려고 했지만,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를 꺼내며 친한 척을 하는 강동수.
그렇게 두 사람은 뭔가 인연이라기에는 악연같은 사이로 얽히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까불거리는 전학생 강동수를 깡동이라고 부르고, 그냥 평범한 강동수를 걍동이라 부른다.
걍동은 허구헌날 자신을 찾아와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친한 척을 하는 깡동이 마음에 안든다.
그것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고민할 것은 많으니깐.
원래 없던 아버지. 멀리 일하러 간 엄마. 과분하다 싶은 보살핌을 주는 외할머니의 밑에서 사는
걍동은 자신에게 주어진 평범하지 못한 삶이 너무나 우울하다.
그래서 매사가 장난인 깡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깡동도 삶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다.
묘하게 힘든 처지인 걍동을 되려 부러워하며 그늘을 보이는 깡동.
그리고 두 동명이인 소년은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삶이 마냥 무난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삶이 정말 힘든 것은 그 무게감이 아니라,
그것을 나눌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닭게 된다.
그런 시간들을 두 소년은 전혀 결이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보내면서
조금씩 이해하고 극복하는 성장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우정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시리도록 푸르른 청춘의 여름 시간, 낭만적이지만 마냥 좋을 수는 없는 그 시간 속에서,
두 소년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자아내며 서로의 공백과 결여를 채워갈까?
보고 있으면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게 만드는 생기발랄한 소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흐음... 간만에 참 여러가지 의미로 신선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였다.
뭐랄까나... 큰 기대없이 우연히 맛본 시식코너에서 최애의 맛을 찾은 그런 느낌?
솔직히 이 작품의 서사는 그렇게까지 영혼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전에 우아한 거짓말을 봐서 그럴까? 흔한 청소년 소설 명작이 담고 있는 폐부를 찌르는
아릿한 문장과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문제의식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그냥 일상... 그리고 그 갈등의 원인마저도 근본적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심한 말로 누구나 다 겪는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심한 심연의 풍미를 맛보기는 어려운 라이트한 감성의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묘하게 끌린다. 시식코너에서 민폐 소리 들으며 자꾸 집어먹게 된다.
이유는 알 것 같다. 말 그대로 이 작품이 가볍기 때문이다.
흔한 일상의 서사. 어디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 그리고 흥미롭지만 놀랍지는 않은 사건의 계기.
그것들이 자아내는 스토리는 누구나 내 인생의 일부로서 경험했어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다.
근데 그래서 오히려 공감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고, 거기서 나의 이야기는 관객이 없어도
꿋꿋이 연기하며 극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근데, 그런 무명 배우가 어느날 갑자기 보게 된 연극무대에서... 자신이 연기한 것과 같은
이야기가 공연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여운이 계속 남는 것이다.
왜 저럴까 싶지만 왠지 싫지 않은 친구, 빗속에 야자를 땡땡이치고 들린 편의점,
여름 바다를 가고 싶지만 여력이 없어 대신 들린 영화관,
그리고 진짜 여름바다를 가고 싶지만 아직도 여력이 없어서 옥상에 대충 바다라고 치고 노는 하루.
그 어설프면서도 웃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시시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너무나도 흥미롭게 이어지며 멋진 화음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이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보면 좋은 생각이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올 생활 수필의 한 장면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오늘 하루 나를 동기화하며 감동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내 작품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주신 그 그림체를
다른 이야기에서 만난다는 것이 왠지 내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의 성장한 모습과도 같아서
부모의 마음으로 웃음지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서가에 꽂힌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그리 튀지 않고, 무난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오늘의 작품에서 며칠...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이어질 여운과 미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의 의미는 응당 추천할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봄비가 내리는 3월의 오후에 조금 이른 초여름 청춘의 싱그러움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망설이지 말고 집어들기를 권하고 싶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해지는 동명이인의 소년들이 당신의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어줄테니깐.
그런 여운을 되새기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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