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였을까
예전에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들이 재밌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래저래 기회가 안오다가 우연히 최신작 중에 하나인 작품을 손에 쥐게 되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작품인 작가님의 2024년도 작 '누굴 죽였을까' 이다.
오래전 묻어두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범죄가 다시 올가미처럼 말려드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초조함과 긴박함, 그리고 죄책감의 걸작을 오늘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작품의 시작은 소위 삼인방이라 불리는 세 친구, 원택과 필진, 선혁의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서로 불우한 환경이었던 세 사람은 항상 동네 야산에서 모여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멀리 옆 동네 학교에서 수련회를 와서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산속을 몰래
돌아다니고 있는 또래 학생을 발견하게 된다.
소위 불량 청소년인 그들은 그 학생에게 다가가 속된 말로 삥뜯기를 시작하고,
갑자기 달아나는 그 학생을 추격하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들은 살해한 학생, 빼앗은 지갑으로 확인한 신상으로
백도진이란 아이를 자신들의 아지트에 몰래 매장하고 입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 성인이 된 선혁은 갑자기 전해진 원택의 부고 소식에
여자친구인 자희와의 약속도 미루고 달려오게 된다.
세월이 흘러서 그 시절을 청산하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던 선혁과 필진과는 달리,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사고를 치며 살던 원택의 죽음에 그들은 큰 감흥을 느끼진 못하지만,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다가온 한 사람, 형사 차열은 그들에게 몇가지를 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원택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각치도 못한 사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소에 삼인방이라 불리던 그들, 살해된 원택의 입속에서 메모 한장이 나온다.
9년전 너희 삼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그 소름돋는 소식에 선혁과 필진은 얼버무리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원택을 살해한 존재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두려움에 떠는 선혁과 사건의 진상을 수사하는 차열이 각자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삼인방 중에 나머지 한명, 필진마저도 살해된다.
원택과 마찬가지로 입안에 메모가 남겨져 있고, 거기서 그렇게 적혀 있다.
한명 남았다.
초조해진 선혁은 더 필사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해한 상대,
백도진의 정체를 파헤치게 되고. 그런데 생각치도 못한 진실에 조우한다.
자신들이 죽였다고 생각한 백도진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은 이제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과연 9년전 사건의 진실을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잔혹한 살인을 벌이는 살인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이 사건의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후우... 오랜만에 제대로 흥미진진한 서스펜스의 이야기에 한번 빠져본 느낌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이 작품은 걸작이다.
사람들이 왜 정해연 작가님을 미스터리 분야의 거장으로 칭송하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적절한 구성과 전개, 그리고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우리 주변의 사건,
그리고 시점의 변화와 사건의 반전을 믹스하여 보여주는 숨쉴틈 없이 조여드는 긴장감.
추리 스릴러의 모든 요소가 이보다 더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을... 요즘에는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근데 여기 떡하니 그런 작품이 있었다니. 보물을 옆에 두고 못본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작품을 보면 트릭의 구조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대략 60 페이지 정도에서 누가 범인이라는 것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려도 이 작품에 흥미가 반감하지 않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도, 그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촘촘하고 치밀하게 파고들며 동시에 초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범죄라고 외면하였던 그날의 진실..
외면한 죄에 대해 당연히 따라와야 할 죄책감과 속죄의 대가, 그리고 영혼을 더럽힌 죄의 업보.
그것이 너무나도 개연성있게 전개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아무도 모르는 것으로 가려질 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내가 존재하는 한 그 사건은 나의 소멸 이전까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나를 옭아매며 내 목을 조여든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았다.
청소년 소설의 범주에서는 조금 잔혹함이 없지 않아 존재하지만,
내 어린시절의 치기어린 범죄가 결코 그 무엇으로도 면죄부를 간단히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의미로서... 이 작품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한번 쯤은 권해주고 싶었다.
화창한 봄날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매혹적인 복수 스릴러를
감상한 여운을 그대로 만찍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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