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2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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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작의 여운이 강렬하고 길었기에, 그에 상응하는 감정의 준비가 된 다음에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동시에 아무리 생각해도 더 나올 이야기가 없는 작품에 남은 이야기가 뭔지 대비가 필요했고.


그래서 전작을 읽고 나서 상당히 시간이 흐른 후에 읽게 되었다.

오늘은 청소년 문학의 걸작, 이꽃님 작가님의 신작 '죽이고 싶은 아이 2'에 대해서 리뷰해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시작은 형사의 의문에서 시작된다.

전작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목격자로 인해 살인사건의 범인이 주연이로 확정된 이후의 시점이다.


형사는 계속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고 하는 주연의 진술에 의문을 느낀다.

그리고 보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각치도 못한 펫캠에 찍인 진범의 영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고 주연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하지만 그 세상은 주연에게 너무나도 끔찍한 지옥이다.


어쩌면 삶의 유일한 숨이었던 서은의 죽음만으로도 주연의 삶은 무너졌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와 언론, 경찰에서도 주연을 평탄하게 살게 놔두지 않는다.


주연의 가정은 급격하게 붕괴하기 시작한다.

주연의 엄마와 아빠가 서로 이상적이라 생각한 가족의 형태는 순식간에 무너져버린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주연을 보는 시선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연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들에게 주연은 여전히 서은을 괴롭힌 아이고,

뻔뻔하게 죗값도 치르지 않고 돌아와 고개를 빳빳히 들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주연을 괴롭힌다. 그런 고통 속에서...

주연은 보게 된다. 죽은 서은의 모습을.


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주변을 맴돈다.

자신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서은의 모습에 주연은 나날히 피폐해져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주연은 무의식 중에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놀란다.

그곳은 한번 들린 적이 있었던 서은의 집. 홀로 남은 서은의 엄마만 남은 곳이다.


그리고 서은의 엄마는 교복입은 여자애의 모습에 서은이 돌아온 줄 알고 나왔다가,

서은이 아닌, 서은을 괴롭힌 주연이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그래서 주연에게 화를 내는데, 주연은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서은이가 자신을 여기로 데려왔다고. 그리고 너무 배가 고프다고.

그리고 서은의 엄마와 주연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대에게 아이러니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과연 주연의 눈에 보이는 서은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스스로를 옥죄는 지옥에 갇힌 주연은 그것을 떨쳐내고 일어날 수 있을까?

너무나도 아련한 한 소녀의 죽음에 대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단, 작품을 읽은 후의 여운은 잠시 미뤄두고... 조금 의외라는 감상을 강하게 느껴버렸다.

음... 뭐랄까나?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전작의 속편은 아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 이야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두 아이의 교차되고 얽힌

입체적이고 복잡한 서사의 연결 고리 속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 사건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건 이후의 삶을 기록한 일종의 르포 작품이라는 쪽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장르는 일본 쪽에서는 제법 흔하게 보이는 형식이기는 하다.

프리 르포라이터에 의해 취재되는 이야기를 인터뷰의 형식으로 교차해가며 서로 엇갈리는 진술과

증언이 교차하면서 거기서 진실을 향해 한걸음한걸음 다가가는 느낌이 매니아를 만드는 장르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한때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이 방면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한국적인 느낌으로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근데... 그런 이유 때문에 두 아이의 이야기라는 명확한 전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 궤도를 승계하는 정통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다른 느낌으로 그 사건을 풀어낸 정말 잘 만든 외전? 그래서 속편이라 하기가 애매했다.


그리고 단순히 구조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전작에서도 틀림없이 변호사와 친구들의 증언도 오가면서 유사한 형식을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이야기의 흐름은 주연과 서은을 통해 주도되는 투탑 체계였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비슷한 배분을 가진 주변의 인물들도 저마다의 비중과 서사를 가지며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두 소녀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두 소녀에게 일어난 사건을 이 세상이 바라보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궤를 달리 하니 전보다 못한 것이냐?

그건 또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전작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전작이 말하고 싶어하는 상실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가 피폐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회복과 극복이라는 한 아이가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에 대한

아직 세상의 따듯한 시선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조금 작위적인 부분은 있다. 그토록 극성이던 주연이 엄마와 아빠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 등은 독자로 하여금 따라가기 힘든 서사 급발진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누군가를 이기고, 밟고 나가는 자들이 아니라,

쓸데없는 오지랖과 누군가를 걱정하는 소소한 마음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따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매듭지어질 수 없으리라 생각한 상실의 처참함을, 어쩌면 서로 가해자일지도 모를 주연이와

서은이 엄마의 교차점에서 부활의 힌트가 있었다는 점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아보면 그렇다. 세상은 의외로 덧없고, 가치와 욕망은 어이없을 만큼 하찮을 때가 많다.

너무나 끔찍한 악의로 도배된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소소한 온기가 그 어떤 보물보다도 값지게 평가받고.

그리고 그 사실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다. 여기서는 그 이야기가 노래처럼 들려온다.


작가님의 최근작 '네가 없던 어느 밤에' 에서도 느낀 부분이지만, 예전에 부숴질 것 같은 유리창 같던

청소년의 감성을 섬세하게 다루던 작가님의 시선이 어느새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세상에 아직 남은 양심과 온기의 시선으로 한결 더 승화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음... 생각해 보면, 요즘의 시대는 더없이 욕망에 눈먼 광인들이 되려 판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양심이 어리석음으로 조롱받고, 온정이 무가치함으로 폄하되는 시기이기에...

우리는 도리어 그 시대에 없는 가치를 찾고 그것을 그리워하며 소중히 여기게 될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아무도 누군가의 비극에 책임져 주지 않는 이 무가치한 세상에서,

오늘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내 삶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어린 시절 소중히 간직했던 가치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 역시도 그런 감정의 파문을 잔잔히 느끼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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