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심부름

고추장 심부름

by 차수현
IMG_2579.jpeg
고추장심부름.jpg


오늘 소개할 작품은 한소곤 작가님의 제 1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인 고추장 심부름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구수하고도 깜찍한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영조와 정조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담아내고 있는 명작 동화에 한번 빠져보도록 하자.


이야기의 시작은 궁에서 일하는 나인 소복이가 양상궁님에게 불려가면서 전개된다.

양상궁님이 소복이를 부른 이유는 생각치도 못한 고추장에 관련된 실수 때문이었다.


궁에 들어올 때 소복이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이 그리우면 먹으라고 주신 고추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실수로 양상궁님이 임금님이 드실 수라상에 올려버린 것이다.


궁에서 쓰는 고급 고추장이 아닌 나인의 고추장을 올려서 불호령이 떨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임금님은 그것이 더 맛난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래서 문제가 더 커졌다.


행여나 그 고추장을 다시 찾기라도 하시면 당장 대령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양상궁님은 소복이에게 임무를 내린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고추장 얻어 오라고.


호다닥 집으로 달려와서 고추장을 얻어갈 생각을 한 소복이.

그런데 그런 소복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소복이의 말을 듣고 당황한다.


그 고추장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만든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얻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얻어온 곳을 찾아서 소복이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고추장을 찾아 가는 길은 의외로 멀고도 험하다.

소복이는 물에 빠지기도 하고, 무덤가에서 놀라 도망치기도 하고, 배를 곯는 아이에게 뭔가 주기도 하고,

여러가지 모험을 하면서 결국 그 고추장을 만든 어르신 댁에 당도하게 된다.


그렇게 고생 끝에 얻은 고추장을 임금님에게 바칠 수 있게 되었고,

임금님은 그런 소복이를 불러 그간의 경위를 들으며 오랜만에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손자인 세손도 불러서 같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고추장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손과의 사이에서 있던 가슴 아픔 이야기도 조금씩 들려주게 되고.


과연 그 고추장에는 무슨 비밀이 담겨져 있던 걸까?

그리고 임금님과 세손 사이에는 무슨 사연이 존재했던 걸까?

소복이의 여정에 담긴 이야기 속에 그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흠... 이 책을 읽은 후의 든 소감은... 정말 오랜만에 동화다운 동화를 읽었다는 기분이었다.

조금 어이없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이게 참 묘하게 쓰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사실 동화라는 작품은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쓰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이다 보니...

순수하게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살짝 교육적인 것을 넣어볼까? 아이의 내면의 갈등을 좀 부각시키면 어떨까?

개그도 좀 넣어줘야지. 좋아하는 아이와의 풋풋한 로맨스도 간을 좀 보면?

뭐 이렇게... 어른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과도한 양념 첨가의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더라.


그래서 나 역시도 이래저래 글을 쓰면서, 이야기에 아이의 입장이 아닌

어른의 시선에서 본 양념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곤 한다.

그래서... 그런 과도한 양념에 훈계하듯이 이 작품은 심플하고 명확하게 동화에 집중한다.


순수하게 한 소녀의 고추장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에 시각을 맞추고 그 눈높이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이 보면서 정말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동화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멋진 미식에 과한 첨가물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이 최고라는 교훈이 있듯이...

동화에도 오만가지 트렌드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 딱 그 본연의 맛이 최선인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보면서 읽는 내리 흐믓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좌충우돌하는 소복이의 여정을 보면서 엄마아빠 미소를 감출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그냥 단순하게 시간 순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양상궁님, 임금님, 세손을 오가면서 액자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도입하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의미를 깨닭게 하는 구성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알 그 시대의 비극은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동화 속에 담을 수 있던 것은,

그런 한 소녀의 순수함과 여과되지 않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하였기에

비로소 그런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고 그려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일러스트도 너무 베스트였다.

지금 내가 보리개똥이네 잡지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 '로봇청소기 친구'의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모차 작가님의 그림은 역시나 동화에서 그 빛을 발하시는 것 같다.


과장되지 않은 풋풋하고 앙증맞은 소녀의 활약상을 이보다 더 맛깔나게

그려주실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였더랬다.


또 한가지 여담으로... 이것도 좀 과한 양념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심 소복이가 정조의 로맨스로 유명했던 덕이였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인으로 이름을 받는 장면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좀 망상이 과했던 모양이다. 근데... 정말 잘 어울렸는데. 아쉽...


뭐 아무튼 이래저래 즐거운 마음이 들고, 그래서 여담이 더 길어지는 즐거운 작품이었다.

제목 그대로 과한 양념이 아닌 고추장 하나에 올인하라는 교훈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제법

쓰게 받아들이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그래서 한번 권하고 싶다. 아마 읽고 나면 그날 저녁에는 뭔가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득하게 될 이 작품을 추천하면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고추장심부름 #한소곤 #주니어김영사 #모차 #동화 #어린이문학상 #고추장 #영조 #사극 #정조 #궁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죽이고 싶은 아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