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때로는 동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거나
혹은 눈물짓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이 딱 그런 이야기다.
저자인 에린 엔트라다 켈리는 이미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네임드 작가여서
아마도 동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저서를 한두번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 서로 다른 문화, 우주를 잘 버무려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장이시다.
그런 작가님의 책 중에서 유독 이 책이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이유는 이 책이 다루는
실제 유명한 역사 속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1986년 챌린저호 폭팔사고.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어린 시절 뉴스로 접했을
그 충격적인 사고에 대한 회상처럼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주를 꿈꾸는 똘똘한 소녀 버드,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오락실을 방황하는 소년 피치,
농구를 좋아하지만 유급해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캐시, 이렇게 세남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들의 권태로워 보이지만 불안하다. 부모님은 항상 불화 상태이고,
우주를 꿈꾸는 것에 괴짜 취급당하는 버드, 하루하루를 그저 오락실 동전만으로 살아가는 피치,
그리고 학교에서 거듭된 갈등을 만들며 피폐해져가는 캐시의 삶은 우울하다.
하지만, 그래도 버드에게는 꿈이 있다. 그건 바로 챌린저호 발사. 처음으로 학교 선생님이 승무원으로
탑승하는 역사적인 사건에 버드는 몰입하고, 자신도 언젠가 그 꿈을 이루리라 소망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삶은 위태위태하게 흘러가고, 드디어 역사적인 챌린저호 발사의 날이 온다.
안타깝게도,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우주선은 TV 생중계로 참혹하게 폭발하여 버렸고
우주를 꿈꾸던 버드의 소망은 마치 그 폭발한 우주선처럼 잔인하게 부숴져 버린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거기서 동화 속의 기적은 이뤄지지 않는다.
삶은 그저 어제와 마찬가지로 흘러갈 뿐이고, 주위에 환경도 바뀌는 것은 없다.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정서적인 절망을 끌어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동화로 보기에는 참 잔혹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이 작품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그날 발사된 우주선이 폭발하고, 부스터가 두갈래로 흩어지며 추가 폭발하는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시절의 아이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때 나는 우주를 꿈꾸지 않았기에 버드와 같이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내 기억에 남긴 인상은 확연히 남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였고, 그 아이가 커서 된 어른이다.
그리고, 그 아이였던 시절에 겪은 기억과 상처는 고스란히 가슴에 끌어안고 어른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 단위로 전해져 오는 버드가 그날 겪은 충격과 고통은
우리에게도 잊혀졌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며 그 아이와 같은 아픔을 공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연민을 담은 판타지조차 없는 차가운 현실에도 공감하게 되고.
그래서, 참으로 기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우주를 꿈꾸는 희망과 기대를 품게 만들고,
그것이 무너지는 절망에 몰입하게 만든 후, 남은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래도 살아가게 만드는
우리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은 삶에 회한을 느끼게 만든다.
정말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네타가 될지 모르지만, 표지에 나온 마당에서 별을 바라보는 남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는 잠시 그 아이들에게 내 마음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도 그때 거기 있던 아이였고, 너희들과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아픔을 느꼈고,
이제는 무디어진 어른이 되어서, 그 시간을 예전의 일로 치부하며 살아가고 있단다.
너희가 보는 무수히 많은 별을 품은 우주를 꿈꾸면서, 부디 우리와 같은 체념어린 일상이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꿈을 버리지 않은 멋진 어른이 되어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우주를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