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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Sep 18. 2024

내일은 내일에게

내일은 내일에게


책을 읽다보면 본의 아니게 순서가 꼬이는 일이 있다.


봐야지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다가도, TPO가 안맞아서 때를 놓치고 볼 기회를 놓치다보면 

어느 순간 책보다 해당 작품의 다른 컨텐츠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오늘 소개하게 될 작품 '내일은 내일에게'도 나에게 그런 작품이 되었다.


원래 김선영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고, 최고 베스트셀러인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감동 깊게 봤던지라

자매작에 가깝다는 이 작품도 보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엇갈리고

이번 연휴에 어쩌다보니 연극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덕분에 독서 리뷰가 아닌 연극 리뷰가 되어버렸다. 음... 블로그의 취지에 어긋나버린 점에 

뭔가 사과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이제는 원작 기반의 작품은 연극이나 영화, 웹툰까지도 

포괄적으로 리뷰를 해볼까? 뭐,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유달리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 일정을 다 마치고 남은 휴일에 맞춰

아이들과 같이 대학로를 방문하였다. 전부터 시간을 파는 상점, 불편한 편의점 등을 즐겁게 봤던 아이들이라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즐겁게 보아주었고, 유쾌한 가족 나들이가 되었다.


연휴라고는 해도 의외로 어디 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치도 못하게 한산한 대학로는 여유로웠고

많지 않은 관객들에도 불구하고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연기에 열정을 불태워주신 배우분들의 열연으로

이런 유쾌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작품의 내용은 크게 튀지는 않는다. 새엄마와 같이 사는 소녀 연두, 연두는 우연히 집 주위에 생긴

카페 이상에 알바로 일하게 되고, 거기서 일하면서 주변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해간다.

동생 녹두. 친구 유겸, 알바 선배 마농, 카페 점장등과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치유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지금의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들을 담담하지만 따스하게 보듬어주고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배우들의 유쾌한 열연과 분위기로 힘들지만 침체되지 않게 끌어간다.

그래서, 연극을 보면서 시종일관 흐믓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사실, 연극의 내용은 원작과는 좀 상이한걸로 알고 있다. 당장, 동생으로 나오는 캐릭터 자체도 

연극과 소설이 전혀 다른 인물이니깐. 그래서, 어떤 리뷰에서는 그 포인트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좋다는 느낌이다. 좋은 작품을 각색한 다른 느낌의 버전을 접하니 오히려 럭키비키아닐까? 


그리고, 연극을 보면서 좀더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연극을 보면서 느낀 유쾌한 즐거움을 책을 통해 좀더 정제되고 여린 감성으로 다시 읽는다면 

그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누가 뭐래도, 치유와 성장에 대한 서사는 항상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깐.


지난번에 불편한 편의점과 빙굴빙굴 빨래방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요즘 도서의 트렌드가 형용사 붙은 가게 하나 나와서 거기서 벌어지는 일로 도배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대세를 이루는 것은 반대로 모두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것은 마음의 힘이 필요하고, 그런 마음의 힘을 가지기 위해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특별한 비밀기지 하나 정도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테니깐,

그리고, 그건 청소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극버전이기는 해도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님이 전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별거 아닌 원두를 핸드픽하는 작은 카페에서도 삶을 버텨내는 힐링을 얻을 수 있고, 그를 통해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좀더 강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연신 바라게 되었다.


더위에 지친 연휴에 이런 힐링 포션 같은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행운으로 생각하며 리뷰를 마친다. 





#내일은내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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