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로봇
이번에는 영화 리뷰다. 사실 이번에도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연휴를 맞아 영화로 먼저 와일드 로봇을 접하게 되었다.
음... 지난번에 내일은 내일에게도 비슷한 경우였는데, 역시 나름 열심히 독서에 힘쓴다고 하지만
컨텐츠가 먼저 눈앞에 내밀어지는 속도를
따라가기는 녹록치 않다는 기분이다.
그래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으로 반전을 선사해준
작품에 감사하며 동화의 범주에서 이 작품을 리뷰해본다.
작품은 한 로봇이 해변가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한다. 로줌 7134, 줄여서 로즈라고 불리는
로봇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떨어진 야생에서 동물들은 그를 괴물이라 부르며 도망친다.
나름 동물들의 언어를 배우고 좌충우돌을 겪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기러기 둥지를 파손하고
다른 알들을 깨뜨려 버린 로즈는 하나 남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 브라이트빌의 엄마가 된다.
그리고, 그런 로즈를 이용해먹을 생각으로 다가온 여우 핑크와도 친구가 되고
이 기묘한 조합의 가족은 야생에서 살아가게 된다.
명령에만 따르는 로봇인 로즈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반항하게 되는 브라이트빌,
그리고 그런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이용해먹고 때로는 도와주는 핑크는
언젠가 둥지를 떠나야 하고, 겨울이 오고, 회사에 수거되며 서로 헤어질 날을 대비하는데,
그들은 과연 행복하게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사실, 서사의 구조에 있어서는 정석적이라고 할 정도로 심플한 이야기다.
기계이지만 생명체를 이해하며 더 생명에 가까워지는 존재,
처음 본 존재를 엄마로 생각하며 자란 병아리가 언젠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닭고 날아가는 이야기,
서로 이용해 먹을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어느새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버린 친구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단순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증명해 보였다.
아이들은 브라이트빌이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쉽게
마당을 나온 암닭과의 유사성을 지적했지만, 이걸 보는 부모의 입장은 그런 건 상관없고
오히려 눈씨울을 자극하는 감동의 이야기였다.
특히나 영화의 OST 'kiss the sky'가 흘러나오면서, 버둥거리던 브라이트빌이 노랫말처럼
저 하늘 높이 별에 닿을 만큼 날아가는 장면에서 감동을 참을 부모는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브라이트빌이 날아간 이후에도 이어지는 로즈의 삶과 그 섬에서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그리고 로즈를 회수하러 온 회사에 맞서서 섬의 모든 동물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고전 그대로의 감동을 전한다.
최근에 미국 쪽 애니메이션들이 컨텐츠 고갈에 시달려 과거의 영광을 리메이크하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고 들었는데, 아니 이런 언제 봐도 사람을 울게 만들 이야기가 있으면서 무슨 그런 망언을?
드림웍스 30주년 작품이란 의미에 퇴색되지 않는 명불허전의 걸작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생각보다 주변에 마케팅이 잘 안된 것 같아서 좀 안타깝다.
실제로 이번 연휴에도 주변에서 와일드 로봇보다는 트랜스포머나 코난 보러 가겠다는 사람이 많았고.
흥행이 좀 잘되서 속편까지도 연이어 나와주면 좋으련만... 잘 되려나?
역시 이번에도 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반드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작가님이 그림과 글도 같이 쓴 정말 동화라는데, 이번에는 또 어느 정도의 원작과의 갭을 느끼고
유쾌한 충격에 빠질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며 리뷰를 마친다.
P.S 1 보면서 이렇게 사망자가 나오리란 우려가 많이 든 작품도 처음인 것 같다.
나 역시도 핑크가 마지막에 로즈를 구하고 희생하면서,
생명체가 로봇을 구하는 역설을 다시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대신 생각치도 못한 분이 사망하시기는 했지만.
P.S 2 다시 핑크 이야긴데... 왜 난 얘가 주토피아의 닉이 두탕 뛴거같은 느낌이지?
제작사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 합의해서 사실 같은 배우라는 식의 코믹 숏폼이 나왔으면 좋겠다.
#와일드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