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수현 Oct 08. 2024

사춘기 대 갱년기

사춘기 대 갱년기

가끔 일러스트 때문에 본의아닌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

작화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그림체가 작품의 이미지를 맘대로 상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단 의미다.

이번에 소개할 사춘기 대 갱년기도 좀 그런 경우였다.


너무 발랄하고 명랑하기 그지 없는 일러스트를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삽화 그대로 그냥 밝고 명랑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작품이 심각하게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마냥 가벼운 느낌은 아니어서 놀랐다.


작품의 내용은 표지에 나온 주인공 소녀 루나가 겪는 사춘기의 일상과

그와 동시에 루나의 엄마가 겪는 묘한 변화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춘기라는 말, 사실 평범하고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단어이기도 하다. 바로 엇그제까지만 해도 마냥 아기같고 귀여운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갑자기 난데없는 개망나니가 되는 마법의 주문이니깐.


이 작품에서도 그런 어느 집안에서나 발생하는 사춘기 소녀의 질풍노도의 시간을

담담하지만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늦게 딸을 본 엄마의 변화를 같이 

서술하면서 성장으로 인한 변화가 비단 아이들만의 전유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여로모로 현실적이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루나의 행동은 때로는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런 루나의 주변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온기가 이 작품을 그저 질풍노도의 감정만이 아닌 치유와 성장의 매력을 더한다.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엄마와 딸이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시기를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을 통해 같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들 이런 장르의 작품에서 이야기의 타겟이 아이들에게만 맞추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를 아이들의 사소한 일에 개임하지 않는 방관자이면서, 가끔 모든 것을 종결하는 절대자가 아닌

같은 어려움과 같은 고민을 겪는 동등한 주체로서 묘사한 것이 탁월했다.


항상 엄마는 딸의 최고의 친구이고, 모든 엄마는 언젠가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시대를 아우르는 혈육의 이야기는 항상 뻔한 듯 하면서도 같은 감동을 줄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평행 세계를 다룬 나름 심도 깊은 작품을 연거푸 읽다가 

다시 내가 추구하는 동화의 본질에 가까운 작품으로 마무리하면서 깔끔하다는 기분과 함께 

역시 동화의 본질은 단순함과 따스함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춘기대갱년기

매거진의 이전글 셰이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