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밖에 들리지 않아 : calling you
지난 번에 평면견 : 하지메를 리뷰하면서 우연히 서가를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오츠 이치의 작품들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 소개할 작품 '너 밖에 들리지 않아' 역시 오츠 이치 작가의 단편집이고
거기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작품 'calling you'에 대해서 리뷰해보려고 한다.
주인공인 고등학교 1학년생인 료우는 외토리 소녀이다.
항상 누군가와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말을 걸 용기도 없고, 전화를 걸 상대도 없기에 핸드폰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머리 속의 전화 멜로디가 울리고 전화기를 통해 누군가 연락이 온다.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료우와 같은 나이의 소년 신야였다.
료우와 마찬가지로 외토리였던 신야는 둘만의 비밀이 된 머리 속의 전화기를 통해 대화하며
둘은 급속하게 친해진다.
그리고 료우는 어디선가 또 연락이 닿은 멋진 언니도 대화하며 점차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삶에 행복함을 만끽한다.
그러던 어느날 서로를 의식하던 료우와 신야는 현실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고
두 사람은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신야에게는 생각치도 못한 불의의 사고가 벌어지고,
그 사고를 목격한 료우는 전화의 시간차를 이용해 료우를 구하려 한다.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료우가 동경하던 그녀에게 조언해주던 멋진 언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시리라 생각하고 적지 않겠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2001년도에 나온 작품이다. 이제 어느덧 25년이 되어간다.
그래서 이제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찾기 어려월 질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유는
그 시절에 느꼈던 아련하고 가슴 시린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까도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서글픈 이야기일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뛰어나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 이 리뷰만 보고도 어느 정도 맥락과 결말을 유추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짐작하실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때 그 시절 젊은 열기와 감수성이 남아 있던 시절에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사그라드는 아련함에 눈물까지 나는 기분이었으니깐.
자신을 이해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소중한 상대를 저 너머에 두고도
닿을 수 없는 기분은 세월이 이 정도로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에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간다. 목이 메이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도
남겨진 자들은 그 추억을 퇴적하고, 상처를 짖뭉게면서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공교롭게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예민한 시기인 청춘의 한복판에서 상흔처럼 남겨진다.
어쩌면 그때 내가 료우와 신야에게 몰입했던 것도, 그때 그 시절 나 역시도 간직하고
살아가야 했던 아스라한 기분을 똑같이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너무나 감수성이 넘쳐서 마치 순정만화나 동화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시절을 추억하며 회상할 어른이 된 나를 위해 청춘의 나 자신이 남긴 메세지가 아닐까?
오랜만에 서가에서 발견한 오츠 이치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그 시절에 느꼈던 우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하루였다.
이제는 많이 잊혀졌지만, 그때는 인기가 높아서 영화로도 나온 작품이니
한번쯤 잊어버린 내 청춘의 나 자신과 만나고 싶다면, 오늘 한번 머리 속에 수화기를 들어보자.
혹시 전화 멜로디 울릴지도 모르니깐.
#너밖에들리지않아 #callingyou #오츠이치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