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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문구점

이상한 무인 문구점

by 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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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항상 신비한 일이 벌어지는 이상의 공간을 꿈꾼다.

때로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런 아이들의 이상을 근본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이상한 무인 문구점이다.


사실 이런 장르의 작품은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다들 그 유명한 작품으로 먼저 기억할 것이다.

바로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의 전천당 시리즈일 것이다.

수상쩍은 과자가게에서 비현실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에 많은 아이들이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런 왕도에 가까운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소개할 이야기가 빛바래지 않는 것은

이 이야기는 다소 동떨어진 일본의 이야기가 아닌, 너무나 전형적인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용에 대해서는 솔직히 리뷰할 여지는 별로 없다. 친구를 만들거나, 똑똑해지거나, 부자가 되는

신비한 문구 7개가 등장하고, 그 문구를 손에 넣은 아이들이 잠시 좋은 일에 행복해하지만

그것이 결국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닭는다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그래서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일수도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내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두가지 포인트였던 것 같다.

하나는 무인문구라는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는 신선함과 다른 하나는 대가의 지불이었던 것 같다.


무인가게라는 것은 참 신선한 공간이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물건이 잔뜩 있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마음대로 사서 갈 수 있다.

어찌보면 편리한 곳일지도 모르지만 바꿔 말하면 그곳은 인간의 소통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과가 발생되고 사건이 진행되는 보편적인 관계가 아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발생한 기묘한 문구는 그 자체로 비일상과 기이함에 근원이 된다.

나는 여기서 일단 이상한 물건들에 대한 개연성이 반은 먹고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언급한 대가, 바로 자신의 비밀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신선했다.

모 유명 만화에서 나오는 등가의 법칙과 같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대가로 얻는 신비한 물건의 정체는

그것이 결코 공짜나 행운이 아닌,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수렴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 부작용으로 인한 난감함과 괴로움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이 작품이 전천당보다 논리적으로는 더 정교하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전천당은 그냥 재앙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냥 운빨로 만난 가게와 동전 하나로 꼬인 운명이라니.


아무튼 사소할지 모르지만 그런 세세한 작품의 구조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신비한 가게에

매력을 더해주고 다우이성과 납득할 논리를 주어 작품의 퀄을 높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작품을 쓰신 작가님이 그냥 동화작가가 아닌 청소년 문제에 정통하신 검사님이시라는 것도

아마 이래저래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해본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비한 힘을 가진 문구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정교하고 개연성이 높으면서, 보면서 독자로 하여금 납득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요새 이래저래 세상에 좋은 일이 별로 들리지 않는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런 소원이 바래지기를 기원하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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