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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현 Aug 09. 2022

나 혼자 키우는 엄마는 꽃사장님

괜찮아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한동안 괜찮다 여겼던 것들이 다시금 어긋나기 시작했다.


거래처의 휴가가 끝나면서 소중한 시간들 알차게 잘 보냈으니 이제 신나게 꽃꽃 할 생각에 서둘러 나의 여름방학기간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비가 연속으로 내리면서 신났던 마음이 조금씩 시들어졌고, 어쩔 수 없이 내 계획들은 미뤄지게 되었다.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감지하게 되었는데, 작년에 수술 이후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직까지는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마음이 조금 아쉬웠다.


최근 세미가 뭔가 시무룩한(?) 느낌이 들어 오늘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엄마의 촉은 적중을 했다. 세미도 그동안 괜찮았던 것들이 보이는 것들로부터 아무래도 비교가 되니까 마음이 속상해져 버린 것이다.


"세미야, 아빠 없어서 많이 속상해..?"

"응.. 세미는 아빠 없어서 속상해. 세미도 아빠랑 놀고 싶어. 엄마랑 아빠랑 세미랑 살고 싶어."


아이들은 특히 오락가락 이랬다 저랬다 하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있는데, 그런 시기가 다시 세미에게 온 것이다. 상처가 나아지지 않았을 때의 나는 이런 세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며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더 올바른 생각과 선택을 하지 못했다. 오늘도 아주 잠깐은 생각이 마음이 어려웠다. 하지만  상처가 거의 아물었고 그동안의 경험들로 많이 단단해진 덕분에 아주 잘 대처를 할 수 있었다.


"세미가 속상한 건 당연한 거야. 이렇게 속상하다고 엄마한테 말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예쁜 아빠 찾아보려고 노력할게. 하지만 (어린이집 다녀올 때까지 찾아 놓으라고 하던 세미라서) 그렇게 빨리 찾을 수는 없어.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무서운 사람도 있어서 잘 알아보고 만나야 하거든. 엄마한테 시간을 줄래? 기다려 줄 수 있지? 세미랑 잘 놀아주고 세미가 좋아하는 예쁜 아빠로 엄마가 노력해서 꼭 잘 찾아볼게! 약속~ 다시 한번 우리 세미 속상하게 해서 엄마가 미안해. 그래도 언제든 이렇게 속상하면 엄마한테 말해줘야 해. 그때까지 엄마가 더 많이 세미만 사랑할게!"


다행히 내 진심이 세미에게 가닿았는지 포옥 안기고서 부비적거리더니 어린이집 가겠다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 부른다~"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무사히 등원을 했고, 나는 화원에 도착하자마자 속상했던 마음을 엄마에게 털어놓고 조금 울고 훌훌 털고서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글을 끄적이고 있다.


괜찮다 여겼던 것들이 어긋났지만 역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의 마음들로 나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래도) 그 와중에 이 비를 뚫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래도) 이전보다 심하지 않은 상태라 일상유지가 가능한 것만으로 감사하니까.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래도) 세미 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그 사랑이 온전하게 채워져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시기가 이전보다 줄어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다.


가끔 친구들이 문득 내 얘기를 듣다가

"세미는 좋겠어. 수현이가 엄마라서."

라는 말을 내게 해줄 때가 있다.


모든 많은 말들이 함축된 이 말은 나에겐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고, 큰 응원이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나를 잘 알아주는 내 사람들이 해주는 말이라 더 크게 감동을 받게 되는 거겠지.


그래서 다 괜찮다. 어긋나도 괜찮다. 또다시 정말 괜찮아질 나니까. 나아갈 수 , 나아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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