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전설

2018.01.16

by 종이소리

"언니! 난 이 길이 너무너무 좋아! 이렇게 이쁜 길에 왜 사람이 안 다니지?"


"거.... 는 마,... 가지 마라. 글로 안 댕기는 사람들은 거서 귀신 본 사람들 인기라.."


"귀신??? 귀신??? 진짜?? 정말로??"


"하모!! 할매귀신 나온다 카더라. 그라니까 니도 그는 가지 마라. 특히 비 오는 날은 할매가 자주 나온다 카더라.."


그래서 나는. 이 길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가 이웃 언니한테 머리 쥐어 박혔다. 아주 야무지게 제대로 한 방 맞았다.


"내가 그 흰머리 할매귀신일지도 모르는데..

막 때리고 구러냐~"


"니가 안 당해봐서 뭣도 모르고 그리 떠들재? 함 만나봐라 얼마나 오금이 저린지.. 나도 식겁잔치했구만.."


"진짜? 언니도 봤어? 언제? 할머니, 어떻게 생겼는데?"


"아유, 시끄럽다 고마! 그만 물어! 무서워서 생각도 하기 싫구먼!"


얼마나 진심으로 소름이 났으면, 언니는 몸을 푸르르 떨더니 현관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언니의 모습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나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마냥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니가 들려준 다음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듣고 있기 마음 아픈 사연이 남긴 전설이었다.


"와 우노? 무서버서 우나? 싱겁기는~"


"귀신이 뭐 무섭다고~사람이 더 무섭구먼..."


"맞다. 사람이 더 무십다. 그래그래. 참 그래. 사람이 무섭지, 귀신이 무신 죄가 있노."


"다음에 할머니댁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미친! 니 아직 정신 못 차맀네? 거가 어디라꼬 가본다카노? 야가, 진짜 정신이 나갔네.. 쯔쯔쯔~헷소리 하지 말고 차나 마시고 속차리거라 마! 찰싹!"


따뜻한 홍차를 내어 주며 또 뒤통수를 한대 갈기는(?) 언니의 손이 무척 다정하다.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마음이 다독이는 스킨십이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는 마음만 챙겨 홍차와 함께 몸을 녹였다.


그런데 진짜 어느 날, 그 할머니가 나온다는 그 긴 숲에 한 번 가봐야겠다. 문득 외할머니가 보고 싶은 그런 날에.. 오늘처럼 날씨가 추적추적한 그런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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