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 2016

버림과 쓰임, 그 사이의 간이역에서

by 종이소리
니래2016. 가변설치 /폐철사옷걸이 / 원단 자투리(난단). 김수경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지친 나래

쉴 곳을 찾아서.


삶이라는 여행이

참 많은 것을 채우게 한다.


그리고 그 채움보다는

더 많은 것을 비우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여행이

그렇게 가벼운 나래짓으로

편안한 쉼 터에 안착하는 것.


설렌다.

그 쉼 터를 향한 여정이.


물론, 그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을 누리고 싶다는 것.


나래 2016/ 제1회 대한민국환경생태미술대전 업사이클링 부문 금상 &크리스 드루리 특별상 /김수경

각자의 꿈을 향한 나래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한 간이역에 내린다면.


꽃처럼 화사한 이파리가 될 나래.


버려진 또는 버리게 될 철사옷걸이.

버려진 원단 또는 버려질 옷들.


"버림과 환경" ,

"쓰임과 자산"을 고민해야 할 시대.


꽃과 나래들을 죽이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래 2016 "Narae2016"


/wire , fabric upcycling installations

/일상의 예술 JIIAF 2016

(다시 자연으로 BACK TO THE NATURE)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6.11.17~ 201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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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2016

- 버림과 쓰임, 그 사이의 간이역에서

2016년 가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나의 '나래'들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했다. <나래 2016: 다시 자연으로(Back to the Nature)>. 그때 나는 낡은 철사 옷걸이와 버려진 원단을 엮어 지친 날개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간이역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어깨를 받치다 구부러져 버려진 세탁소 옷걸이, (주)야드인에서 재단하고 남은 원단들. 그 '버려진 것들' 속에서 나는 화사한 꽃잎과 생명의 나래를 보았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업사이클링 무엇이 문제인가]를 집필하며 다시 그날의 기록을 꺼내 본다.


버림 속에 깃든 생명

"꽃과 나래들을 죽이기 위해, 우리는 지금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년 전 나의 이 질문은 2026년 오늘날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소비되는 시대지만, 정작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여행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라'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진정한 업사이클링은 그 채움의 욕망을 비워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재가 원래 가졌던 목적을 비워내고, 그 빈자리에 사물의 영혼을 채워 넣는 일. 그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철학적 작업이다.


비움으로 완성되는 마지막 여행

작가 노트 속에서 읊었듯, 마지막 여행은 가벼운 나래짓이어야 한다. 버려진 철사 옷걸이가 뾰족한 쓰레기가 아닌, 누군가를 치유하는 화사한 이파리가 되어 안착하듯, 우리가 만드는 업사이클링 또한 세상에 또 다른 짐을 지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업사이클링의 진짜 문제는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토록 쉽게 버리는가'에 있다. 소재를 대하는 존중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도 결국은 '잠시 예쁜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이 간이역에서

2016년의 '나래'는 지금의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네가 짓고 있는 에코수장고는, 그리고 네가 엮고 있는 종이라탄 프로젝트는 지친 것들을 쉬게 하는 간이역이 되고 있느냐고.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 중이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버려지는 것들에 새 숨을 불어넣는 이 여정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설레는 여행이라는 사실이다. 각자의 꿈을 향해 날아가는 나래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내린 그 간이역에서, 나는 오늘도 버려진 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