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9
지하철 안.
자리가 찬 노약자석에
한 임산부가 힘들게 서 있다.
두 정거장을 지날 무렵.
노약자석에서
다소 먼 자리에 앉아 계시던
노신사 한 분께서
계속 임산부를 손짓으로 부르신다.
"이리 와요~ 이리 와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임산부가 손짓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노신사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이리 와 앉아요" 라시며
자리를 양보하신다.
산달이 다 된듯한 임산부는
한사코 괜찮다며
앉으시라는 손짓을 했다.
노신사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다음 역에서 내려요~얼른 와~"
마지못한 임산부가 자리에 앉았고
자상한 표정의 노신사께서는
민망한 표정의 그녀가
무사히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신 후
지하철 문 앞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리고
여섯 정거장을 지나 내리셨다.
가늠키 어렵지만
칠순은 넘어 보이셨다.
너무 근사해서
승강장 빛이 사라질 때까지
그분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복실강아지 구름이 걸어가던
청아한 봄날 오후.
봄 하늘이
저리 높고 맑다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참 멋진 나이를 누리시는
그 어른을 닮아 빛나는
파란 하늘 덕분에
눈물이 났다.
세상에서 분분한 이야기들 중에
따뜻하고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만 태우고 싶다.
자신의 영혼을
멋지게 디자인할 줄 아는
삶이라는 기차 안에.
마녀의 수장고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