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지도에는 없는 길

인천 양키시장

by 종이소리

"계단, 지도에는 없는 길"

늙어버린 이 계단은

과연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돌계단을 밟고 오르내렸을까?

계단에 걸쳐놓은 사다리는

또 어떤 의지였을까!


사연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을린 벽과 낡은 난간,

그리고 붉은색만이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소화기가

이 계단이 품고 있는

유일한 장식이다.


우리는 흔히 삶을

'길'에 비유하곤 하지만,

모든 길이 평평하고

곧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삶의 굴곡처럼,

혹은 세상의 층계처럼,

우리는 오르거나

내려가야만 하는 길을 마주한다.


특히 서민들의 삶은

더욱 그러했다.


비좁은 터전에서

겹겹이 삶의 터전을 쌓아 올리고,

그 공간들을 잇기 위해

계단은 필연적인 존재가 되었다.


계단은 단순히 위아래를 오가는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하거나, 혹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내려서는,

서민들의 고단한 발걸음과

삶의 의지가 새겨진 흔적이다.


이곳은 분명

누군가의 삶이 흘러가는 '길'이다.


하지만 지도에는

계단의 노선이 그려져 있지 않다.


번듯한 아스팔트 길이나

정돈된 보도블록처럼

목적지를 향해 이어지는

명확한 방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단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지리적 위치로서의 길이 아니라,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통로로서의 가치.

계단은 아마도

그 어떤 길이 주지 못하는

묵직한 울림을 오르내린 길,

생명으로 잇는 핏줄이 아닐까.


지도에는 없지만,

삶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길'의 값어치.


|2025년 7월 말이면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인천 양키시장에서|
[@허정인 작가님, 김종하 감독님과 함께 1]

#허정인 작가님 #양키시장 촬영하자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