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위로의 문장

2016.07.27

by 종이소리
남양성모성지 2016

잡념에 체한 심장을 이끌고

다정한 숲으로 가자.


생각이 더위를 먹고 체할 때마다

느린 걸음으로 걸어 좋은,

의지를 회춘시켜 주는 명의가 사는,

그 종합병원으로.


마중 나온

나긋한 바람을 따라 걸으며,

기웃거리는 햇살을 곁눈질도 하고

키 큰 나무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멀리 떨어져 바라보기도 하자.


가까이서 보고,

앞에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그러다가 흐드러진 녹음 사이로

와락비 한바탕 쏟아져

옷을 다 적시는 번거로움을 당해서 좋을..

그런 숲에 잠시 안겨보자.


그런 간단한 번거로움에

세속적인 고민 따위로 나선 이유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서늘한 숲으로 가자.


시시콜콜한 하소연과

부끄럽고 민망한 반성문을 뿌리기엔,

숲만큼 고마운 해우소가 또 있을까.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지르게 된

실수와 오만한 자신감과,

과욕에서 삐져나온 교만이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히게 되었다고,

그러나 돌이켜 보면

결과의 시작은 나로부터였다는,

고단한 반성문을 털어놓기엔

과묵한 이 숲에 사는

바람만큼 무거운 귀도 없으리라.


그러니 잠시,

말없이 숲에 기대어보자.

삶의 번거로움이 흙으로 스며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침묵과 함께 걷는 잔잔한 이 걸음이,

고단한 마음 해사하게 안아주는

가장 깊은 위로의 문장이 되도록.

/2016.07.27.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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