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툰 나이라 다행이야

by 종이소리
2025.07.30.AM:05.17

린.

새벽이 온 줄도 모르고

나이 많은 노트북과 함께,

지난 일기들을 정리하며

어제를 보냈어.


뻐근한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는데,

주방 베란다 쪽으로

신비한 빛이 보이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 창을 열었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었거든.


역시나,

아침이 오는 중이었어.


하늘을 보는 날이

매일 일과 중 하나인데도

어쩌면 그의 표정은

매일, 매순간순간마다

다른 빛과 무늬를 띄울까?


그 아침을 놓치기 싫어서

사진으로 담아 두기로 했어.

2025.07.30.AM:05.21

그리고는,

아침해가 전하는 메시지를

나름대로 해독해 봤어.


구름이 없었다면,

구름이 저 무늬를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아침빛은

또 다른 풍경일 거라고.

그러니 매 순간의 지금을

나의 시간으로 잘 꾸리라고.


어때?

내 해독이 마음에 들어?

나는 좋아. 마음에 들어.


그리고 생각했어.

하늘도 나이를 먹을 텐데

왜, 늙지도 않을까?


그 순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해 아래, 존재들만 갖는

특권이란 생각이 들었어.


긴장되는 아침이야.

그 특권을 누리기 위해

이 찬란한 오늘을

더 이상 낭비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부터 나,

더 늦기 전에 시작하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서,

그 두 가지의 목적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나이'로 살겠다고.


그래서 지난 일기를 꺼내보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제가 보내온

오늘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어쩌면,

어제가 남긴 말 중에

오늘 내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걸 찾는 게,

지금 내가 할 일 같아.


때로는 순수했고,

때로는 비겁했고,

더러 행복과 슬픔이 교차하며

'나이'만의 무늬를 그렸다면

이제, 잘 마무리하고 손질해서

작품이 될 나이로 가꾸겠다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린,

이제 나, 자신 있어.


무엇을 지워야 하고,

어떤 색을 입혀야 하고,

어디에 걸어 두어야 하는지를

이젠, 좀 알 것 같거든?


그러니 너도 지켜 봐 줘.

그래서 '지금의 내 나이',

내일 돌아봤을 때,

어제와 똑같은 후회로

낭비하지 않도록.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탓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언젠가,

저녁해를 배웅하는

보들보들한 내 주름들이,

이 말과 함께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참 찬란한 나이였어!"


서툴러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한 나이였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서툴러요.
아직 미완성인 이 나이가,
해 볼 게 많아서 참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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