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나이라 다행이야
린.
새벽이 온 줄도 모르고
나이 많은 노트북과 함께,
지난 일기들을 정리하며
어제를 보냈어.
뻐근한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는데,
주방 베란다 쪽으로
신비한 빛이 보이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 창을 열었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었거든.
역시나,
아침이 오는 중이었어.
하늘을 보는 날이
매일 일과 중 하나인데도
어쩌면 그의 표정은
매일, 매순간순간마다
다른 빛과 무늬를 띄울까?
그 아침을 놓치기 싫어서
사진으로 담아 두기로 했어.
그리고는,
아침해가 전하는 메시지를
나름대로 해독해 봤어.
구름이 없었다면,
구름이 저 무늬를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아침빛은
그러니 매 순간의 지금을
나의 시간으로 잘 꾸리라고.
어때?
내 해독이 마음에 들어?
나는 좋아. 마음에 들어.
그리고 생각했어.
하늘도 나이를 먹을 텐데
왜, 늙지도 않을까?
그 순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해 아래, 존재들만 갖는
특권이란 생각이 들었어.
긴장되는 아침이야.
그 특권을 누리기 위해
이 찬란한 오늘을
그래서 오늘부터 나,
더 늦기 전에 시작하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서,
그 두 가지의 목적이 아니라
그래서 지난 일기를 꺼내보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어제가 보내온
오늘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어쩌면,
오늘 내가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
그걸 찾는 게,
지금 내가 할 일 같아.
때로는 순수했고,
때로는 비겁했고,
더러 행복과 슬픔이 교차하며
그 '나이'만의 무늬를 그렸다면
이제, 잘 마무리하고 손질해서
작품이 될 나이로 가꾸겠다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린,
무엇을 지워야 하고,
어떤 색을 입혀야 하고,
어디에 걸어 두어야 하는지를
이젠, 좀 알 것 같거든?
그러니 너도 지켜 봐 줘.
그래서 '지금의 내 나이'를,
내일 돌아봤을 때,
어제와 똑같은 후회로
낭비하지 않도록.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그리고 언젠가,
저녁해를 배웅하는
보들보들한 내 주름들이,
이 말과 함께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서툴러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한 나이였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서툴러요.
아직 미완성인 이 나이가,
해 볼 게 많아서 참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