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동화:서대신동 2가 465-1편
빨간 드레스의 공주 모습이
연노랑색 벽과, 빨간 벽돌과
제법 잘 어울리는 이 그림은
사실 포토샵으로 색을 입히고,
무늬를 만들어 넣은
디지털아트입니다.
이 장면의 원모습은 이랬어요.
우리가 무심히 지나간 시간 속에는
특별한 순간, 고유한 이야기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을 거예요.
아무 의미 없이 스쳐지나 버리기엔
소중한 가치가 너무 많은 공간, 골목.
낡은 벽 하나가
오래된 골목의 시간을
대신 말해주곤 한다.
햇살에 바래고, 비에 젖어,
사람들의 발자국이 닿을 때마다,
누군가의 손이 스칠 때마다,
조금씩 벗겨진 색과 무늬.
그 속에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특별한 순간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날도 그랬다.
부서진 외벽 안을 지키던
빨간 벽돌을 보던 나는,
이상하게도 그 상처와 함께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을 보았다.
아무 말 없이
오래된 벽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견디며 버틴 공주.
누군가는 단순히
벽의 균열이라 말하겠지만,
내겐 그건 마치, 시간의 켜가 그린
기억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잊힌 사람들의 웃음,
지나간 계절의 냄새,
그 모든 게 색으로 남아
벽을 물들이거나
무늬로 다시 잇는 역사.
그 장면을 빛내고 싶었다.
그래서 포토샵으로 색을 입히고,
질감을 만들어 주었다.
이름 없는 벽돌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듯,
디지털을 빌려 ‘시간의 온도’를
새겨 넣은 것이다.
노란빛의 벽과 붉은 드레스는
묘하게 잘 어울렸다.
마치 사랑을 고백하던 편지처럼,
또는 오래된 기도의 잔향처럼.
그녀는
서대신동 2가 465-1번지,
작은 골목의 기억 속에 묻혀 있었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은근히 인사를 건넷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좋은 하루로 보내요."라는
마법의 인사를 외우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버린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 속엔
여전히 빛나는, 때때로 반짝이는
이야기의 씨앗이 숨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다시 불러내는 일.
그게 아마 내가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는 이유일 것이다.
골목에 살고 있는 공주님처럼
누군가의, 어떤 터의 행복을 위한
부적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