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지도에는 없는 길

2018.12.26

by 종이소리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을 끌어당긴 것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그 계단 옆으로 주방이었는지

싱크대가 놓여 있었다.


주방 겸 거실이라고 하는 공간이었다.

이것저것 버려진 시간들이 많았다.

그중 유난히 눈을 사로잡는

풍경 하나.


어린아이의 장난감 조각이었다.

순간 어색한 미소가 끼어들었다.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두 감정의 저울질이 터뜨린

얄궂은 심정이었다.


장난감 조각 앞에 서자

조막 막 한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신이 난 표정으로

엄마를 부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아이..

먼 훗날 저 계단 끝에 있는

저 하늘의 기억을

한 번쯤은 불러 내지 않을까?


그 기억 속에는

내가 보는 저 빈 빨랫줄이 아니라

제 동무의 알록달록 꼬까옷이

반짝반짝 햇빛과 놀고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처럼 고운 기억만

이 집의 추억으로 꺼내보면 좋겠다.


그러자

아이의 추억이 탐이 났다.

그리고 욕심도 일었다.


아이와 함께 그날의 하늘을,

빨래를 이야기하는

그런 행운을 만나고 싶다는..


/ 잘 가요, #서대신동5구역.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