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2023.10.31

by 종이소리

'계추리'

경북 안동에서 생산되는

삼베의 소재인 대마줄기

삼굿에서 찌고

햇볕에 말리고

물에 불려 겉껍질

삼톱으로 벗겨내고

다시 햇볕에 말린

대마 속 줄기,

헴프(Hemp).


단 세 글자의 명칭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어떤 수고가 담겨 있을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2019년.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를

손에 쥐어 주시는 삼베 장인,

서순화 선생님.


"요기 색이 제일 잘 나왔니더.

오믄 줄라꼬 챙기 기라.

오래 쫴야 결도 곱고

빛깔도 곱니더."


어느 계추리고

모두 저마다의 색을 빛내며

세상 하나뿐인 가치를 자랑하지만

서순화 선생님의 계추리는

특별한 빛이요 무늬다.


무형문화재의 자격을 갖지 못한

삼베 공정의 일인자.


원통한 삶이 빚어낸 색채.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고 한

괴테의 빛은 나에게는

어느 삶이 켜 놓은

'횃불'이다.


"'자격증보다 겸손,

타이틀보다 야무진 끈기,

멋보다 피눈물 나는 정성

당당한 자격이요,

가장 제대로의 자리요,

제일 명예로운 자긍심이다.


그 자세가 기본이고,

그 기본이 얼이며 정신이다.'

선생님,

저는 그리 외우고 살았습니다."


"단디하이소.

그런 자세라야

내 제자니더"

/서순화 (삼베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