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로 가는 길, 잉아

베마루

by 종이소리

"잉아"

베틀의 한 부분인 종광의 옛말로,

종광틀에 일제히 줄지어 선 잉아는

날실의 집이기도 하고

씨실이 지나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8개의 종광틀에 달린 잉아에

날실 한 가닥 한 가닥을 제대로 끼우고,

바디에 다시 실을 끼우는 이 작업은

소음과 잡념이 끼어들면

종광틀의 순서를 놓치게 되는 실수를

종종 범하게 되는 예민한 작업이다.


평직의 잉아걸기는

단순한 반복이지만

무늬직의 경우에는

끼웠던 실을 빼고

틀린 순서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만나야 한다.


깐깐하고

까다로워져야 하는 순간이다.


섬유 한 필의

무늬가 탄생되는 작업이라서

가능한 모든 소음을 재우고

집중해야 된다.


실 한 가닥이

제 길을 잃어버리고,

생뚱맞게 삐져나와 있을 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잉아에 걸린 모든 실을

빼낸 후

길을 찾아주어야 한다.


가로 폭 80센티의

가리개 한 장을 짜려면

실의 합수에 따라

480가닥의 실을

잉아에 끼우는데

이 작업을 하고 나면

바디틀에 기대었던 갈비뼈 부위에

멍이 들기도 하고

등과 가슴에 결리는 담으로

며칠은 뻐근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수고스럽지 않은

공예작업이 어디 있을까.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의 가치가

탄생되는 일.


번잡한 생각으로

잉아를 놓쳐 삐져나온 실,

가늘고 여린 그 실 한가닥에게서

"제대로"의 의미를

시도 때도 없이 만난다.


다시 되돌아가는 작업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잉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잉아처럼,

쁜 인연의 무늬직을 끼우고

올도 가지런히 짜 내는

인연의 종강, "잉아"


"하려던 것인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하늘의 뜻이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닥쳐오는 것은 운명이다

/유재주 작가의

제갈공명의 한 구절이 떠올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도

운명과 하늘의 뜻으로 짜이는

한 필의 베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얼마를 짜게 될지 모를 인연직.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를

세 번 외치는 시행착오로

나머지 생을 채우진 말아야 하는데..


오서낙자(誤書落字)와 같았던

어제를 반성하며.

201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