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기 먼데?

삼베 장인, 서순화

by 종이소리

삼베가 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는데

그 모든 과정을 최고로 잘하면서,

완벽하게 다 해내는 분이 계시다고 했다.


그러나 그분은

무형문화재라는 자격도

장인이라는 타이틀도 갖지 못한 그 한을

매캐한 잿불에 태우고

지금까지 묵묵하게 당신의 손을

움직이고 계셨다.


아쉽지 않으시냐고,

철 없이 여쭌 제자는

따끔한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 그기 먼데?

그기 베를 짜나?

베를 짜는 자세가 중요하지

그 이름이 베를 짜나?


져야 돼니더.

이거(삼베)한테 져야 돼니더.


간도 쓸개도 다 내삐리고

무조건 이거한테 고개 숙이고

야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야 돼.


을매나 어리븐 줄 아나?

쪼매만 정신줄 놓으면

고마 실이 끊어지고, 꼬이고

그 거 달래다가 일 끝날 때도 있는데,

베 짜는 사람은 베 잘 짜고

단디, 옳게 짜내는 데 정신 모아야지,

딴 데 마음 두지 말그라.


머리로 배워야지

입으로 배울라카지 말고

마음으로 다지고 정신 잡아야지

귀로 들리는 그런 소리에

함부래 겉멋 들지 말그라."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리라.

서순화 선생님의

기술은 배우지 못했지만

그 분의 정신만큼은

당당하게 이어 가겠노라고.


" 하나 배워서 좀 알게 되그들랑

더 잘해야지, 더 단디 배워야지

하는 마음자세를 가져야지,

쪼매 알았다고 다 안 것마냥

교만 떨며 큰소리 치지 말그라."


작년, 2017년이었다.


KBS○○○○출연으로

특별한 인연이 된 선생님께.

대한민국환경생태 공모전

결과를 보고 드리려고 찾아뵈었다.


"선생님 가르침 덕분에

이 제자가 상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 제일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 고맙니더. 내가 상 받은 거보다

더 좋다마는.

잘했다마는. 참 고맙다마는."


" 그러니 이제 저 가르쳐 주세요!"


" 하지마라카이. 내 대에서 끝나야 하니더.

힘들어서 못한다카이. 함부래 배울라 카지마소.

내는 안 할끼구만."


스승님께 또 뻥~ 차였다.

내가 날라리 철부진 것을

간파하셨나 보다.


"그 곱디고운 손을 와 고문을 시킬라 카노.

고마 신랑이 벌어다 주는 돈, 야무지게 잘 모다서

새끼들캉 오손도손 살 생각 하이소.

내는 이 고생 아무한테도 안 물릴끼라.

눈에서 피가 나도록 배워서 머할라꼬.

요즘처럼 공장에서 잘만 짜나오는데.

다 옛말인기라. 나이가 들면

도구도 늙는기라.

새 도구 살라케도 도구 만드는 사람도 없다.

길쌈하는 사람이 없어져서 안그라나.

다 부질없다카이..."



" 인자는 내 눈이 안 비서 몬하겠니더."

(이제는 눈이 안 보여서 못하겠습니다)


86세.

안동포 베메기의 장인,

서순화 선생님.


백내장 수술을 하고도

거뜬히 해 낸 일이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며

이 작업을 마지막으로

남의 베는 더 이상

메 줄 수 없다고 하셨다.


캐한 재가 매워선지

뜨겁게 달궈진 잿더미가 뜨거웠는지

나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핑계가 걸작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5년 11월 27일.

이렇게 고운 선생님께서 요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은 지

5년이 되어 간다...

벌써...


만초고택 고마우신 어머니께서는

며칠 전 친구를 남겨두시고

먼저 긴 여행을 떠나셨다.


한 분 한 분 나의 귀한 스승님들께서

작별을 청해 오시는데..

이 가을은 왜 이다지도 곱게도 서러울까.



#서순화 #베메기 #안동포 #전통삼베 #금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