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가 없는..

2020.11.21

by 종이소리

분홍분홍 봄날 꽃비도 용케 잘 이겨냈고

한여름날 바람과 오붓이 담장에 노니는

일렁일렁 햇살춤도 이겨낼 수 있었고

하얀 겨울 눈꽃도 이길 수 있었지만

도저히 이 가을은 이길 수가 없다.


세상 가장 고운 색이란 색이

다 모인 이 찬란한 가을을

도무지 이길 방도가 없다.


이기지 못해 행복해서

이기고 싶지 않은

이 얄궂은 기쁨은

가을이 문제일까

숲이 문제일까.

내가 문젤까.


모두가 져주고 싶어지는

이 황홀한 침묵 속에서,

고요히 적어 보는

가을이 겨울에게.


"곧 와 주겠지?

소록소록 소리 없이

내 몸을 덮어주었다가

제 몸을 녹이면서

생명에게 젖을 물리는

하얀 겨울을 응원할 게."


#서초구 #양재천 #양재시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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