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2016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 국제세미나" /DDP 국제회의장
2016.11.29.14:00~17:30
날씨가 무척 차가운 11월의 오후였다. 당시, 내 저작권 관리를 담당하던 대륙아주로펌 ○○○팀장과 행사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해서 서둘러 창신동 작업실에서 나와서 동대문 DDP까지 걸어갔다.
사실, 별다른 기대 없이 행사에 참석하였으나, 예상 밖의 뜨거운 열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현장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업사이클링 대표 디자이너들 간의 활발한 정보 교류와 인사로 분주하였으며, 주최 측의 움직임 또한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당시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세계적인 팀들이 한자리에 모인 세미나는 이례적이었다. 높은 기대만큼이나 전례 없는 상황이었을 터, 행사를 위해 주최 측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였으리라 짐작한다.
여러 팀들 사례 가운데 일본 업사이클링계의 대표로 소개된 MIKKETA(미케타)의 사례는 흥미로웠다.
나고야에 있던 미케타는 삼성모사(三星毛糸株式会社/텍스타일 제조사)와 건축 디자인 사무소 TAB의 협업 프로젝트였다. 특히 켄 야마시타(山下健) 대표와 마사키 요코야마(横山将基)를 포함한 4명의 건축가들이 함께 일하다가, 지역 섬유회사에서 자투리 실이 버려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자원 재활용에 관해 연구하여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 교육, 체험의 장을 만들게 되었다.
자투리 실들을 모아 공예용 신소재와 결합해서 탄생된 제품들은, 지난 2007년 제1회 폴리머클레이 공모전에 출품하여 입상했던 기획물과 동일한 방식이어서 내심 반갑고 기뻤다. 특히 사이잘삼 자투리 실을 폴리머 클레이에 압착(Fusing)하여 한지의 은은한 질감을 구현했으며, 측백나무 잎을 더해 달빛에 숨은 그림자와 같은 시각적 효과를 의도하였다.
김수경 "Moonlight" 28 X 40cm 가변설치 조명
/폴리어 클레이(Polymer Clay)/ 측백나뭇잎(Arborvitae Leaf/ 사이잘 삼실(Sisal yarn)"
2. 환경과 철학에 대한 부족한 고민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원 순환의 목적이 기본인 만큼 생태환경보호와 관리에 관한 철학과 고민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미케타의 켄 야마시타에게 환경호르몬과 섬유에서 발생되는 2차 분진에 대한 불편은 없었는지 질문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관심이 ‘버려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디자인’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느꼈다.
또 북경 중앙미술학원 겸임교수 겸 부학장인 '앨빈 입'은 쓰레기가 예술로 승화되는 가치에 목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승화' 뒤에 가려진 현실적인 환경 리스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래는 미케다의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미케다 작업이미지와 전시 이미지.
이미지 출처 : 미케다 홈페이지 https://mitsu-boshi.jp/mikketa/
이러한 우려는 업사이클링 전문가들과 연구자들이 고민하는 부정적 소견과 일치할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연구와 보고서들은 업사이클링이 '만능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A. 레거시 독성 물질의 재유입
업사이클링의 재료인 폐섬유에는 생산 당시 규제가 약했던 유해 화학물질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레거시 오염 물질(Legacy Pollutants)'로 불리며, 업사이클링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재유입될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오래된 섬유에는 독성 염료, 중금속, 프탈레이트(환경호르몬 유발 물질), 발암 물질인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이 잔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유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 물질들이 환경 및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섬유 재활용은 긍정적인 변화인가, 독성 진실(Toxic Truth)인가?"라는 비판적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B.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의 한계
업사이클링 제품이 내구성이 약해 결국은 다시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재활용 가치가 더 낮은 형태로 변형되는 다운사이클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 없이 미적 가치에만 집중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일 것이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인 이미지 뒤에는 가격 장벽과 그린워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업사이클링을 진정한 순환 경제로 받아들이는 데 큰 장벽이 될 것이다.
A. 소비를 막는 '가격 경쟁력'
폐기물을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거, 해체, 세척, 재가공 과정에 드는 높은 비용 때문에 업사이클링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민들은 "업사이클 제품이라고 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가격 저항감을 느끼며 거부 반응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이 보완되지 않으면, 가치 있는 소비문화로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다.
B. 위장 환경주의 '그린워싱'
많은 대기업과 브랜드가 '친환경' 마케팅을 위해 업사이클링을 활용하지만, 그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는 미미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 행태는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친환경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을 형성하여, 결국 진정성 있는 업사이클링 기업의 노력까지 폄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점이 무척 두렵고 우려스럽다.
많은 고민을 안고 나와서 동행했던 대륙아주로펌의 ○○○ 문화예술 지적재산권 팀장님과 을지로까지 걸으며, 2017년 장한평에 문을 열게 될 새활용플라자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버려진 것에 멋진 디자인을 입히는 행위를 넘어, 폐기물의 성분 분석부터 내구성 있는 제품 설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구조까지, 환경적, 윤리적, 경제적 딜레마를 모두 포괄하는 진정한 순환 시스템 설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너 필쯔(Reiner Pilz)의 업사이클링 철학은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에 대한 기존의 가치 사슬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조 활동'으로 구현하였다. 1994년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독일의 건축가 라이너 필쯔의 철학이 작업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핵심 요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필쯔의 철학은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서 출발한다.
"재활용(Recycling)이라고? 나는 그것을 다운사이클링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벽돌을 부수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있잖아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업사이클링입니다. 오래된 제품에 그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요."
가치 유지 및 증대
그의 작업은 재료가 물리적·환경적 가치를 잃고 다음 순환에서 저품질로 변형되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의 결과물은 원재료보다 우수한 품질, 기능 또는 미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재료의 보존:
벽돌을 부수지 않고, reclaimed woodblock(재활용 목재 블록)과 같은 건축 자재의 원래 형태와 기능적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고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필쯔는 재활용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때로는 새로운 재료까지 필요로 하는 비효율성을 지적하였다.
업사이클링은 기존의 재활용(기계적, 화학적 공정을 통해 원자재로 되돌리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여 폐기물을 변환하는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이어야 한다.
단순한 창조 과정: 복잡한 산업 공정이나 화학 처리가 아닌, '창의적인 수공(handicraft)'이나 '재설계(redesign)'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 방식이 필쯔의 철학이다.
건축 자재 재사용: 건축가로서 필쯔는 건축 폐기물이나 해체된 건물의 자재를 재처리 과정 없이 건축 분야에서 재사용하는 방법을 중시하였으며, 이는 대규모 산업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필쯔의 철학은 단순한 쓰레기 감소를 넘어, 폐기물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버려지는 물건을 '새로운 시각(Rethink)'으로 바라보고, 해체하거나 결합하여 '새로운 구조(Reform)'를 만들며, 결국 새로운 목적을 가진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게(Reborn) 하는 과정이다.
기능과 용도의 전환: 오래된 트럭 방수포를 가방으로, 버려진 비행기 부품을 가구로 만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사례처럼, 원재료의 품질과 내구성은 유지하되 그 기능과 용도를 완전히 전환시켜 본래 가치 이상의 실용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쯔의 철학을 구현한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문화: 결과적으로 최종 제품은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하며, 원재료 투입물보다 더 나은 가치를 지닌 재생 디자인 문화(regenerative design culture)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라이너 필쯔의 업사이클링 작업 철학은 "디자인적 미학(MIKKETA의 주요 관심사)"을 넘어, "가치 상향, 에너지 효율성, 재료 보존"이라는 환경 및 경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MIKKETA 세미나에서 내가 아쉽게 느꼈던 '철학의 부재'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폐기물의 미적 승화를 넘어, 폐기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은 없는지, 새로운 가치가 영구적으로 유지되는지, 에너지 소비는 최소화되는지에 대한 필쯔적 질문이 부족했던 것이다. 진정한 업사이클링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업사이클링의 정의와 실천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착한 소비'라는 명분 뒤에 숨지 않고, 독성 진실을 직시하며 순환 경제의 시스템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곧 필쯔가 외쳤던 '가치 상향'의 철학을 환경 윤리, 기술력, 그리고 경제성까지 포괄하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이것이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질적, 윤리적으로 당당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전파하고 지속 가능한 실천의 손길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이야말로 낭비가 아닌 진정한 순환을 향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며, 책임 있는 창조 활동을 해나가야 할 때이다.
/2025년 12월 1일 김수경
PAHs는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의 약자로, 우리말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라고 번역한다.
이는 섬유 업사이클링의 문제점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중요한 환경 유해 물질이다.
정의 : 2개 이상의 벤젠 고리가 결합된 유기 화합물의 총칭.
발생 원인 : 유기 물질이 불완전 연소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산업적으로는 염료,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제조 공정에서 생성되거나 사용될 수 있다.
위험성 : 대부분의 PAHs는 발암 물질 또는 잠재적 발암 물질로 분류되며,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사이클링과의 연관성 : 폐섬유, 특히 폴리에스터나 합성 섬유를 염색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PAHs가 잔류할 수 있으며, 이 섬유가 업사이클링될 때 유해 물질이 제거되지 않고 최종 제품으로 재유입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