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의 영역일까, 의무의 영역일까.

생태적으로 안전한 방법의 선택.

by 종이소리
1994년 10월 11일 목요일 Salvo

[1994년 10월 11일, 살보의 기록]

"설계와 준비에는 6주가 걸렸다. 그 기간 동안 필츠는 영국으로 출장 쇼핑을 다녀왔고, 그 과정에서 이안 데보이(Ian Devoy)가 운영하는 그레이트 노던 아키텍처럴(Great Northern Architectural)에서 디스플레이 캐비닛 하나를 구입했다.


이후 그는 그 캐비닛과 다른 요소들에 맞게 전체 디자인을 조정했고, 클라이언트와 최종안을 확정한 뒤 계약 금액을 합의했다.


제작과 출하 준비에는 다시 6주가 소요되며, 현장 설치에는 3명이 2주간 투입된다. 그는 주로 문짝, 패널, 기타 판재류를 사용해 바의 전면을 구성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 터무니없이 비싼 빅토리아 시대 원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는 단순함, 다시 말해 제작 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마음에 들었던, 오리지널 디자인을 바탕으로 필라스터 몰딩 시리즈를 설계했고, 이를 서로 다른 부재들을 연결하는 데 사용한다.


독일의 새로운 환경 법규로 인한 폐기물 처리 비용 변화는 그의 작업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폐기물 컨테이너에는 혼합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연방법에 의해 재료별 분리가 의무화되었고, 이로 인해 처리 비용은 다섯 배로 증가했다.


그 결과 폐기 비용은 급격히 상승했고, 필츠는 주로 목재로 이루어진 폐자재를 처리하기 위해 점점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은 다시 사용된다.

작은 몰딩은 다시 가공하고, 길이가 30~60cm 이상 되는 자재는 테이블 상판, 메뉴용 칠판, 좌석, 액자 등으로 쓰인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 된다.

페인트에 포함된 독성 물질 때문에, 분석 없이 폐목재를 난방용 연료로 쓰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톱밥은 예외다.

작업장 내부에는 집진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각 작업대에서 발생한 톱밥이 하나의 대형 호퍼로 모인다.


이 호퍼는 곧바로 브리켓 제조기로 연결되며, 압축된 톱밥 브리켓은 지하에 설치된 브리켓 보일러로 떨어져 작업장 건물과 단지 내 상당 부분의 온수를 공급한다.


그는 향후 1~2년 안에 이를 부지 전체를 위한 소형 난방 시스템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1960년대 학생 시절 설계했던 2톤급 플라이휠 안정화 풍력 발전기를 재현해 조명용 전력을 생산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필츠는 외부에서 구매한 친환경 자재도 사용하며, 이 정책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브라질산 블록보드(합판이 아닌)를 사용하고 있지만, 재생 목재로 블록보드를 생산할 수 있도록 오스트리아 업체와 협의 중이다.


현재는 칩보드를 바닥 하부재로만 사용하지만, 재생 블록보드가 공급되면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몰딩 일부에는 아직 새 목재를 사용하지만, 1년 내 모든 구성 요소를 재생 목재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단, 50미터 이상 대량 주문이 가능하다면 영국에서 몰딩을 구매할 의사도 있다.


마감재 역시 폴리우레탄 바니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작업실에서 직접 제조한 셸락과 메틸화 알코올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으로 회귀했으며, 그 위에 천연 왁스를 덧바른다. 이것이 그가 판단한 가장 생태적인 마감 방식이다"/기사인용. 번역 chat gpt




1994년 10월 11일, 목요일.

살보 기사에 소개된 필츠의 작업 방식이 나는 무척 놀라웠다.


문짝 패널과 오래된 바닥재로 만든 바 전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를 구조로 연결하는 필라스터, 그리고 폐기물을 거의 남기지 않기 위해 설계된 작업장의 내부 시스템.


더 놀라운 것은 기사 어디에도 업사이클링을 설명하거나 언급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폐기물을 활용해서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엇을 계획하며 어떤 쓸모를 부여할지에 대한 고민” 이 전부였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그의 ‘방법’이 당시 독일의 정책 변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중반, 독일은 폐기물을 더 이상 개인의 선택에 맡기지 않기 시작했다.

혼합 폐기물 처리는 단계적으로 제한되었고,

재질별 분리는 사실상 의무가 되었으며, 폐기 비용은 짧은 시간 안에 몇 배로 뛰었다. 기사 속의 필츠는, 이 전환을 이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컨테이너에 섞어 버릴 수 있었던 폐기물은 이제 분리되지 않으면 처리조차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버리는 일은 점점 더 비싸졌고

만드는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목재를 다시 사용한다는 필츠의 선택은 명확했고, 실천은 진심이었다.

이 부분이 무척 부러워 무거운 한숨이 터졌다.


작은 자투리는 몰딩이 되고, 조금 큰 조각은 테이블 상판이나 좌석, 메뉴 보드가 되다니.


쓸 만한 것’과 ‘버릴 것’의 경계를 구분하는 지혜와 과감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나라가 먼저 지원한다는 것은 독일이라는 나라의 국민성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난방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인트에 포함된 독성 물질 때문에 폐목재를 태우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그는 톱밥을 모아 압축 브리켓으로 만들고 작업장과 건물을 데우는 에너지로 되돌렸다.


폐기물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다음 공정의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자재 선택과 마감에서도 마찬가지다.

합판 대신 블록보드를, 폴리우레탄 바니시 대신 셸락과 천연 왁스를 사용한다.


이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당시 기준에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이 모든 실천은 선언처럼 보이지 않는다.

환경을 말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을 외치지 않으며, 다만 바뀐 조건 속에서 제작자는 지구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전진한 것이다.


업사이클링이 유행이 되기 훨씬 이전,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압력 속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업사이클링은 미덕이 아니며

보여주기식 정책일 수도 없다.


우리가 2014년 무렵 업사이클링이라는 의문의 외래어에 관심을 갖고 여러 프로그램으로 확산하기 훨씬 이전인

1994년의 독일에서는 이미,

지구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생태적 실천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


여기서 나는 묻고 싶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업사이클링은,

어떠한 법적 압박과 비용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첨언/

이러한 흐름은 이후 1996년 시행된 독일 연방 순환경제·폐기물법

(Kreislaufwirtschaftsgesetz)을 통해 제도적으로 확정되었다.

이 법은 혼합 폐기물 처리를 금지하고,

모든 폐기물을 재질별로 분리하도록 규정했다.


2024.서울경제진흥원 ESG기획전.

2024년.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주최한

'ESG기획전'에 초대된 나는, 현재 국내에서 '양말목'으로 알려진 양말코밥으로 직조한

'나래 2024'와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다.


양말 제조 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양말코밥으로 직물을 짜서 마네킹에 입혔다.

날실로 쓰일 면실을 제외하고는 어떤 부자재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전력 또한 사용하지 않은, 오롯이 폐기물 그 하나만으로 제작된 업사이클링 '나래 2024'.


2024 서울경제진흥원 ESG기획전.

그리고 폐옷걸이를 이용한 '패션, 그리고 외출"이라는 작품을 만들던 시간은 꽤나

더디게 흘렀다.


과연 이 작업이 기후위기의 지구에 어떤 도움이 될까? 내가 잘하고 있긴 한 걸까?


한숨이 잦아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여전히 모르겠는 진정성 앞에서.


서울경제진흥원 ESG기획전 "패션, 그리고 여행"2024.김수경 직조 가변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