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alie Cole
이틀간의 혹사를 치른 근육들이
괴성을 지르며 이불속에 숨은 지,
4시간 만에 깨어보니
아. 무. 도. 없다.
너무도 고요한 집안에서
육체의 고단함을 호소할 곳은
욕실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로즈 버블볼 하나를 던져 넣고
보글보글 거품을 기다리는데..
"콸콸 쏴아 쏴아..."
물소리만 요란하다.
젠둥....
버블볼이 아니라
바쓰볼이였....ㅠ..ㅠ....
억지를 부리는 근육통이
머릿속까지 침공을 했는지
도통 문자해석이 안된다.
와인 한 잔과
Natalie Cole의
The very thought of you를
듣다 보면 다시 살아나겠지.
The Very Thought Of You
당신을 떠올리는 그 순간만으로도
나는 모두가 당연히 해내는
사소한 일들을 잊어버려요.
나는 하루 종일
백일몽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고
왕처럼 행복해요.
어리석게 들릴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게 전부예요.
그저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향한 이 그리움만으로도
당신은 알지 못할 거예요.
당신 곁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흐르는지.
나는 모든 꽃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고
밤하늘의 별들에서
당신의 눈을 봐요.
그저,
당신을 생각하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당신을 떠올리는 그 생각,
나의 사랑.
이 노래는 늘 그렇듯
몸보다 한 박자 늦게
마음을 풀어준다.
Natalie Cole의 목소리는
‘The very thought of you’라는
문장을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회복의 주문처럼 토닥이니까.
당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고르고,
맥박이 정돈되고,
오늘의 상실은 조용히 접힌다고.
이 노래에는 서두름이 없다.
고음으로 밀어붙이지도,
슬픔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그러니 좋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토닥이라고.
아픈 근육을 주무르지 않으면서도.
긴장을 풀 게 녹이는 목소리,
노곤한 신경을 나긋나긋 달래는
초콜릿 같은 그녀의 감성.
와인 한 모금이 목을 지나갈 때
그리움이 어깨를 지나가며
고단함을 위로한다.
피로를 이기는 방법은
더 강한 자극이 아니라
덜 애쓰는 리듬이라는 생각이
노래를 따라 흐른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순간.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
/2014.12.27
2014년 오늘 페이스북의 일기가
11년 후 오늘 도착했다.
참.. 삶이란, 도돌이표 같아..
어쩌면 오늘 이 날짜에는
그런 그리움이 터지는
연중행사일일까?
2014년 12월 27일,
그때의 나는
“근육통”과 “피로”라는 말로
어떤 상실의 무게를 겪었던 걸까?
11년 후 오늘보다
더 깊은 상실이었을까?
아닐 거야.
열흘 전.
나는 아버지와 작별했다.
아흔한 살의 삶을 마감하고
총총히 떠나신 아버지가
어제는 너무 보고 싶었다.
말이 닿지 않는 슬픔은
항상 몸부터 도착하는 것인지
온몸이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지금,
같은 노래 앞에서
다시 아버지를 떠올리며
소리를 죽이고 다시 엉엉 운다.
아버지를 잃은 딸이
아버지의 노래를 부르던
나탈리 콜처럼,
나도 이제는
그리움을 숨기지 않고
아버지를 더 자주 불러야겠다는
결심이 울린 눈물이다.
삶은 도돌이표 같지만,
매번 한 옥타브씩 내려가
더 깊은 음으로 반복되는,
성장, 성숙의 이파리를 감으며
예쁜 초록 리스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아프면서도 인내하고
또 그래서 견딜 수 있게
나름의 무늬로 이어지는
그리움이라는 삶.
오늘 이 노래를 들으며
아버지를 충분히 기억해야지.
그리운 날에는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해야지.
그게 도돌이표의
가장 인간적인 해석이니까.
"아버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당신의 눈빛을 그리워해요.
그런데요.. 늘 곁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그래서 고마워요.
당신이 내 아버지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