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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진 Dec 02. 2023

겨울에 찾아온 '서울의 봄'

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

한반도의 역사를 바꾼 세 번의 유턴(u-turn)이 있다. 첫 번째, 1388년 요동 정벌을 위해 출정했던 태조 이성계가 압록강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려 권력을 잡은 후 조선을 세우고 임금이 되었다. 이는 KBS '정도전'을 통해 각색되었다. 두 번째, 중앙 정보부장이던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총으로 쏜 후 차 안에서 "남산(중앙정보부)입니까? 육본(육군본부)입니까?"라는 질문에 육본으로 차를 돌려 체포되는 김재규의 10.26 유턴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9공수여단이 전두환의 신사협정 제안에 속아 서울로 향하던 차를 유턴해 12.12 쿠데타로 이어진 사건이다. 이 9공수여단의 유턴이 '서울의 봄'으로 각색되어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훌쩍 뛰어 넘기며 기록 행진 중이다.


'서울의 봄'   [사진=플러스엠]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육군참모총장, 헌병감, 특정사령관, 수도방위 사령관, 경호실장, 경비단장 등으로 70~80년대 군복을 입고 등장한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등장한 군복, 모자와 명칭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군복이라는 개념은 현대적 군복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로마 군단에서 시작되었으며 다른 부대와 계급을 식별하기 위한 특별한 색상의 튜닉(tunics)이 군복의 시초였다. 중세 유럽 전투의 혼란 속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것은 도전 이였으며 이를 식별하기 위해 헤럴딕 심볼(heraldic symbols)을 이미지화 하여 기사(knight)나 군대(army)를 식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세계1차 대전을 통해 군복의 위장술이 급격히 발전하였다. 상대적으로 가시성이 낮아 원거리에서 덜 눈에 띄는 호라이즌 블루(horizon blue)를 프랑스 군대가 도입하면서 군복의 색상은 빨간색이나 파랑색에서 점차 눈에 잘 띄지 않는 전술적인 색으로 디자인 되었다. '위장, 변장'라는 의미를 지닌 '카무플라주(camouflage)'는 야전용 재킷을 '카모(camo)'라고 줄여 말하며 밀리터리 룩을 선호하는 밀덕의 필수 아이템이기도 하다. 일상복이 아닌 군복으로는 환경에 맞게 디자인되어 초록계열의 포레스트(forest), 흑갈색 계열의 사막(desert), 블랙 앤 화이트(black and white)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서울의 봄' 정해인 스틸. [사진=플러스엠]


영화 속 전두광(배우 황정민)이 쓴 챙이 달린 캡(peaked caps)은 '서비스 캡(service caps)'이라고 불리며 햇빛을 가려주는 바어저(visor), 빳빳한 피크(stiff peak)가 특징이며 다양한 장식을 통해 계급을 나타내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특전사령관을 지켰던 김오랑 소령(배우 정해인)의 베레모(beret)는 패션아이템이기도 하다. 멋스러움도 있지만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보관의 용이함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군인 모자로 채택하고 있다. 영어로는 'Alpine Hunters(알파인 헌터들)'로 번역되는 프랑스의 산악 전문 부대인 '샤쇼 알팽(The Chasseurs Alpins)'에 의해 19세기 군복으로 채택된 것이 군복 베레모의 시작이였다.

배우 황정민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군사반란을 주도한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봄은 왔으나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라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표현을 남기며 민주화를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장기간 지속될 안개 정국의 시작이었던 12.12 군사 구테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잘 다루고 있다. 한 나라에 존재 했던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했거나, 혹은 적군이 아군으로 위장하기도 했던 상황을 잘 각색하였으며 특히 배우의 연기에 또 다시 감동한다.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 영화 때문에 "겨울이 왔지만 겨울 같지 않다"라는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을 겨울 내내 말할 것만 같다.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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